높은 하늘아래 수확의 계절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들녘에는 황금 바다가 출렁이고 산에는 풍성한 과일들이 고운 빛깔을 뽐낸다. 지리산인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휴천면으로 향하는 길. 조금씩 물들어 가는 단풍을 뒤로하고 호산리 노상건씨의 농원을 찾았다. 농협친환경사업소 인근에 있는 그의 농장은 산들로 둘러싸여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도로를 잠깐 오르자 드넓은 산속 농원이 펼쳐졌다. 송파농원은 노상건(70) 박숙자(66) 부부가 운영한다. 송파(松坡)는 노상건씨의 호로 언덕위의 그의 농원과 아주 잘 어울렸다. 부지면적 5.5ha. 감나무가 심겨진 면적만 4ha로 경남지역에서는 이정도 대규모 감 단지가 조성된 곳은 거의 없다. 비교적 큰 규모의 산 전체에 감나무가 군대 사열하는 것처럼 줄을 지어 빼곡히 심겨져 있다. 나무와의 거리 5m. 골당 넓이는 7m. 어찌 보면 듬성듬성 심겨진 감나무는 부지가 아깝다고 할 정도. 노상건 사장은 “이 정도 넓이는 되어야 장비나 차량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요. 인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어요. 그래서 어떤 장비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넓게 심었어요”라고 말했다. 농원의 첫 삽을 뜬지 벌써 15년이 되어간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산이 그의 땀과 노력으로 이제는 튼실하고 맛있는 과실을 생산하는 보물창고로 변했다. 그러나 그만큼 이 부부도 나이를 먹었다. 50대에 시작한 농원이 이제 그의 나이 70이 되어 일이 벅찰 만도 하다. 농원을 일구는 동안 허리를 다쳐 아직까지도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노상건씨. 그러나 그에게 일이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는 “처음 이 곳에 터를 잡았을 때는 지금처럼 평평하지 않았어요. 중간에 15m 정도 되는 계곡도 있고. 중장비를 이용해 메우고 고르기를 반복해 지금 이 땅을 만들 수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농원은 일조량도 많아 당도도 아주 높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곶감도 아주 맛나다고. 처음 이 터에 자리를 잡은 것은 밤나무. 그러나 밤 가격 하락과 주변 주산지와의 경쟁력 등에 밀려 결국 밤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심은 것이 지금의 감나무. 7년 전에 심은 감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1년에 4~5번 풀을 베는 것도 큰 일 중 하나예요. 어떤 이는 제초제를 뿌리면 쉽게 해결될 일이라고 하지만 큰일 날 소리예요. 제초제가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라고 말했다. 잘라낸 풀이 자연스럽게 다시 거름으로 변해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매년 이 넓은 농원에 풀을 베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현재 농원에서 생산되는 감들은 그의 손을 거쳐 곶감으로 재탄생된다. 아직까지는 수확량이 많지 않지만 어느 정도 자란 감나무들에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4동(1동 1만개)의 곶감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수확량이 늘어 8~10동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농민들은 힘들게 농사지어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고 봅니다. 부부가 1년 동안 매달려 농사짓는데 이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1.200여주의 고종시와 대봉감 등이 자라고 있다. 노상건씨가 이곳 농장을 처음 구상한 것은 지난 2000년. 원래 고향이 죽곡으로 그동안 부산에서 생활하다 그는 50대에 귀농을 결심했다. 함양지역 1만평 이상 되는 곳을 찾아 헤매다 이곳을 발견하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가 처음 농원을 만들 당시에는 ‘미친놈’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땅을 사고 그 땅을 쓸 수 있도록 정비하는데 족히 수억 원이 투입됐으니 그런 말을 듣지 않았을까. 그는 “그 돈으로 편하게 살면 될 것을 왜 사서 고생 하느냐며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잘 조성해 놓으니 아주 멋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금은 고집스럽게 농원 일을 하는 그지만 항상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상한 것을 다 못했는데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부부란 것이 살아가면서 서로 신뢰를 쌓고 도우며 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쉼없이 공부에 매진한다. 독학으로 공부해 공인중계사와 주택관리사. 조경관리사 자격증까지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기도 했다. 지금의 농원이 있기까지 그가 공부한 모든 것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됐다. 그에게는 이 농원을 관광농원화 하려는 꿈이 있다. 농원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는 석류나무와 배롱나무. 동백나무 등이 꽃을 피운다. 이는 향후 ‘송파농원’을 찾아 방문하게 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농원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그는 농원을 배경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농원을 관리하고 있다. 땅을 사랑하는 농부. 즐겁게 농사짓는 농부. 송파농원 노상건 박숙자 부부의 곶감처럼 달달한 이야기.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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