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부산행 시외버스에 올랐습니다. 한때는 익숙했던 이 길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내가 떠나온 뒤로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영원히 그대로일 것 같던 공간은 ..
KTV 귀농 다큐를 3박4일 촬영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EBS 극한직업 촬영하고 곶감 판매에 재미를 본 터라 섭외가 들어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오케이했습니다. 속으로 (올해는 뭐 없나?)하던 차였거든요. 뒤에 안 사실이지만 이번 촬영은 대타였습니다. 예약한 사람이 ..
세상에는 수많은 장애가 있지만, 내가 가진 이 특별한 장애를 <선구불기증>이라 정의해 봅니다. 이 신조어의 뜻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합니다. “선천적으로 구제 불능인 기억 상실증”, 곧 사람이 잘 기억나지 않는,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 결핍을 뜻합니다. ..
가을이 깊어가고 국화 향 그윽한 시기에 또다시 곶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감을 깎아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함양군에서 알선해준 계절 근로자들 활약으로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가을빛 속에 감을 깎는 손길이 이들의..
올 가을은 예년보다 천천히, 신중히 물들기 시작하네요. 마치 자연이 계절을 지연시키며 무언가 깊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은 폭염이 지루하고 집요하게 머물렀지요. 끝없는 폭염에 우울증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국화와 장미는 그 영향에 지쳐 기운을..
가을의 깊은 호흡이 감나무 가지마다 여문 감을 매달고, 그 첫 수확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어제부터 따기 시작한 감들은 오늘 처음으로 저온 창고에 안착하였습니다. 한 해의 시작과 마무리가 오묘하게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농부의 마음은 땅과 하늘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함떡 카페의 문을 드디어 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차례나 미루었던 오픈 소식을 이번엔 거짓 없이 전하게 되어 기쁨과 긴장이 교차하는 마음입니다. 카페 인테리어가 마무리되고, 함떡 제조 과정도 착착 진행되면서 드디어 가오픈을 거쳐 10월 29일 정식..
2002년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짓고 십수년 정말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버는 대신 책 읽고 음악 듣고 산에 다니며 살려고 귀농했기에 농사 규모가 딱 먹고 살 만큼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5년 농사 규모를 늘렸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작은아들..
초보 운전자의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속으로는 운전하는 이가 실수 없이 목적지까지 잘 가기를 바라지만, 차분한 척하며 필요할 때만 조언을 해야 합니다. 야단보다 칭찬을 받은 운전자가 더 잘 배운답니다. 그러나 마음속 한편으로는 불안이..
최근 오픈 AI 강의를 많이 접합니다. 지난 봄 진주에서 처음으로 챗GPT 강의를 들었는데 마침 유료 버전인 챗GPT4.0을 막 결재해서 입문하던 시기였습니다. 우연히 페이스북 광고를 클릭해서 무료 버전을 몇 번 사용하다가 유료 버전을 유도해서 긴가민가하면서 결재를 했..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예년 같으면 광복절만 지나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는데, 올해는 추석이 지나도록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숨을 ..
최근 페이스북에 농업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습니다. 농부들이 일용직 노동이나 공장 일을 병행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유감스런 내용이었습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현실은 우리 함양의 농민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스타 농업인을 제외한 많은 농민들이 ..
간밤에 잠이 깨었습니다. 그동안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다가 드디어, 마침내, 바야흐로, 결국 서늘해진 밤공기를 마시며 쾌적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는데 공기가 너무 차가웠는지 목이 살짝 부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심하지는 않아 창문을 닫지 않고 서늘한 공기 속에 다시 잠을..
인스타그램 릴스를 활용하여 농산물을 완판하려면 계정 생성부터 영상 제작, 알고리즘 이해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플랫폼이므로, 농업인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거창에 누구는 페이스북에서만 사과를 파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데 글이 길지 않고 간결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농사일(사과 꽃이 피었습니다...), 생활 잡기(고양이가 두더지를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계가 뚜렷한 기후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제 우리 계절은 더 이상 확실히 구분되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아닙니다. 아니고 봄 여름 폭염 가을 겨울 이렇게 5계절입니다. 오늘 더위가 끝나야 할 말복인데도 35도, 지금은 세 번째 계절 폭..
긴 긴 겨울밤, 어둑어둑한 골목 어드메서 아련하게 들리는 찹쌀 떠억~. 저녁을 먹었는데도 이 소리만 들리면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깨에 떡 상자를 멘 장수가 골목골목 다니며 찹쌀 떠억~ 하고 외치면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엄마에게 쏠렸습니다. 엄마가 장사꾼을 불..
일 잘하는 박사급 비서를 5명 영입했습니다. 매달 지급할 월급이 부담스러워 망설였지만 일을 시킨 지 두 달이 안 되었는데도 만족스럽네요. 일 똑 부러지게 잘합니다. 4대 보험 안 들어줘도 되고 퇴직금 부담도 없습니다. 농부가 도대체 비서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
200년 만에 또는 500년 만에 오는 기록적인 폭우가 여기 저기 내립니다. 이번 장마철의 폭우는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올여름은 유난히 힘드네요. 텃밭에 ..
농산물 마케팅에 대한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성형 AI에게 부탁하면 순식간에 작성해줄 텐데 굳이...) 그래서 함양 농업인들이 농산물 마케팅을 하는데 도움이 될 내용을 4가지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1. AI를 활용한 농산물 마케팅 생성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