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춤추게 하려면 먼저 고래를 한 마리 잡아야겠습니다. 고래가 동해에 있으니 고래 잡으러 동해바다로 가봐야겠습니다. 절망의 시대에 우리를 춤추게 하기 위하여 고래를 잡으러 일찍이 바다로 떠나간 사람이 있습니다. 혹 기억하시는지요? 1980년대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고래사냥」이란 영화와 노래가 있었습니다. 최인호 작가가 가사를 쓰고. 배우로 출연한 김수철이 곡을 만들고. 송창식이 노래를 불렀던 ‘고래사냥’의 주제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이 구절에 가서 우리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투쟁의 데모를 하던 우리는 실제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으러 친구들과 동해바다로 떠났으니까요. 지난 9월25일 최인호 작가가 침샘암으로 투병해 온지 5년 만에 향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이 쓴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서울고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가작으로 뽑혀 문단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964년 연세대학교 문리대 영문과에 들어간 그는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 환자’가 당선되어 정식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등을 발표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으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는 1970년대 80년대에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작가입니다. 신중현. 송창식. 이장희. 양희은. 장발. 미니스커트. 생맥주집. 고고장. 통기타. 선데이 서울. 국민교육헌장. 별들의 고향. 겨울 여자 등등. 이것들은 1970년대를 상징하는 ‘시대의 기호들’이라고 문화비평가들은 말합니다. 최인호 작가는 산업화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하는 작품들을 많이 썼습니다. 물신주의의 팽배. 인간 가치의 타락 등을 풍자하고. 비인간화되고 있는 삶의 공간에서 개인의 존재와 그 삶의 양태를 다양한 기법으로 묘사합니다. 그는 ‘별들의 고향’을 발표하면서부터 최고의 대중적 작가로서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소설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으로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도시적 감수성. 섬세한 심리묘사. 극적인 사건 설정 등으로 소설의 대중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확대시켜 놓았습니다. 지난 26일 맥스무비가 1.185명을 대상으로 ‘故 최인호 작가의 원작/각본 영화 중 리메이크 되었으면 하는 영화는?’이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2.2%(382명)가 <고래사냥>을 꼽았다고 합니다. <바보들의 행진>(1975)이 15.4%(183명)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70~80세대라고 불리우는 많은 사람들이 최인호 작가의 젊은 죽음을 슬퍼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예쁜 고래 한 마리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환자가 아닌 작가로 죽고 싶다’던 고인에게 정부는 은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남겨 준 예쁜 고래 한 마리 잘 키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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