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작열하던 태양. 굽이치던 개울물. 요란스럽던 매미들의 합창도 어느 듯 사라지고 높아져 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어느 듯 가을의 중심에 와있습니다. 소리 없이 다가온 가을은 온통 대지를 갈색 빛으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누군가 시를 읽고 누군가 노래하고 풀벌레들도 따라 시를 읽고 노래하는 가을입니다. 가을은 푸른 것은 더 푸르러지고 푸르다 못해 더는 푸르지 못해 그만 노랗고 빨갛게 자신을 물들려가고. 높은 것은 더 높아지다 못해 더는 높아지지 못해 대지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겸허함을 배우는 계절입니다. 손으로 만지고 시선으로 느끼고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 남은 시간 두고두고 꺼내어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밝은 낮은 짧아지고 어두운 밤이 길어져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그래서 철새들은 가을에 떠나는 가 봅니다. 목숨을 건 철새의 여행은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상당히 많은 새들은 여행 중 죽기도하고 상처를 입는 목숨을 건 여행입니다. 기러기의 여행은 독특합니다. 날개도 약하고 별로 강하지 못한 새가 그들은 언제나 무리지어 V자형으로 대형을 이루어 멀리 날아갑니다. 먼저 날아가는 대장 새가 앞서 힘 있게 날아가 주면 뒤에 선 새는 그만큼 대장 새가 일으켜 주는 상승기류 덕분에 쉽게 날 수 있다고 합니다. 혼자 날아갈 때보다 무려 70%나 더 날 수 있다고 하니 저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선 새가 힘이 들면 두 번째 새가 교대해 주며 병든 새가 있으면 치료한 후에 같이 떠납니다. 그들은 ‘혼자’ 보다 ‘함께’ 가 더 좋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함께 가는 것입니다. 멀리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날은 이기주의가 너무 팽배해 있습니다. 함께 가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이 가을에 우리도 주변의 외로운 이웃에게 손을 한번 내밀어 보십시오. ‘나는 가을공부 중이다’라는 시집을 쓴 김대규 시인이 말했습니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고 했습니다. 가을은 ‘외로움’과 ‘그리움’입니다. 인간의 삶을 주도하는 감정의 꽃인 사랑의 꽃이 무르익어 결실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의 단풍은 오늘의 고난이 내일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가을은 온 몸으로 사랑을 나타내 보여줍니다. 머지않아 온 대지가 가을 단풍으로 곱게 물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단풍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뭇잎 속에 붉은 색을 띠는 안토시안이라는 색소가 있고 노란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엽록소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이 색소가 가을이 되면 드러나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내 안에 가려져 있던 참된 모습과 향기가 되살아나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장 선명한 단풍은 낮엔 따뜻하고 밤엔 추운 날씨가 계속 될 때 나타난다고 합니다. 미국의 코넬대 식물학과의 피터 데이비스 교수는 ‘나무가 고통을 많이 받을수록 단풍은 더 선명해 진다’고 합니다. 이번 가을은 가을을 좀 더 열심히 공부하는 심정으로 함께 가는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나는 붉은 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 그래서 다 타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가을 날 김현승 시.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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