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국제공항 이름으로 더 익숙한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도 결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믿으면 놀란다”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남겼다. 60년 전에도, 나라를 불문하고, 정치인들은 늘상 시민을 향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책임지지 않았나 보다.   함양군민 향해 무슨 말했나 지난 2월 함양군을 방문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도민과의 대화(도민 상생토크) 자리에서 경남인재개발원 이전을 언급했다. 당시 산청에 빼앗긴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보상 차원에서 함양군에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박 지사가 덜컥 경남인재개발원 이전을 말한 것이다. 도지사 스스로 공식석상에서 말을 꺼내 공론화시켰고, 당연히 함양군 군민들의 기대는 잔뜩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물론 박완수 지사가 “경남인재개발원을 함양에 이전하겠다”고 입지를 명확히 공표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는 “경남 지역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도 단위 기관이 있는 곳을 분석했는데 함양군을 비롯해 2~3곳에 그런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도 단위 기관 중 추가로 입지를 선정하고 옮겨야 하는 기관이 있다면 함양군 등 기관이 없는 곳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다.그러나 인재개발원 이전에 대한 이야기 말미에 박 지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함양군 지역 발전에 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인재개발원이 함양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함양군민들의 기대가 과연 지나친 것일까.지역 간 과열경쟁·갈등 원인은 도지사에게이 사안에 대해 취재하면서 군정이나 지역 정가에 관계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미 함양군과 경남도는 2~3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물밑에서 대화를 해오던 중이었다. 타 시·군과의 과열경쟁을 우려해 차분히 준비해 오던 경남인재개발원 이전 사안이 불현듯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니나 다를까 현재 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진주시 국회의원인 강민국 의원이 도지사를 찾아갔고, 진주시의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합천·거창·의령·함안 등에서도 인재개발원 지역 유치를 경남도에 건의했다.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박완수 지사와 경남도는 이 사안에 대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양새다. 경남도 공공기관 이전 담당자는 “현재 서부청사에 있는 기존 인재개발원 시설 활용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인재개발원 이전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지역 간 경쟁과열과 그로 인한 갈등은 누가 만든 것인가?지방선거 의식 말고 소신 추진해야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완수 지사가 재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 지사는 인구 34만 명에 달하는 진주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구 규모가 진주시의 1/10 수준인 함양군 입장에서는 박 지사가 동족방뇨(凍足放尿,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지역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공수표를 날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말에는 무게가 있다. 더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말은 더할 나위 없다. 지지부진한 경남인재개발원 이전 추진과 달리, 도민과의 대화 당시 함양군민을 향해 말했던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려 한다”는 의지에 대해 박완수 지사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함양군민에 대한 존중이고 정치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신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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