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농사의 계절은 돌아왔고 초보 농부의 마음은 3월 초부터 바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텃밭농사를 또 시작한다.밭에 로터리 치는 게 먼저다. 겨우내 묵혀놓았던 밭에 로터리를 치려니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날 잡으면 비가 온다. 비가 한 번 올 때마다 며칠씩 기다려야 하니 흘러가는 시간에 초보농부는 행여 파종 적기를 놓칠까 안절부절이다. 지인의 트랙터를 빌려서 하는 일인데 더 서둘러야 했나 자책했다.짧은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대충 로터리를 한 번 쳤다. 며칠이 지나고 토양살충제인 고자리 약과 각 작물에 특화된 비료 거름 등을 뿌리고 또다시 로터리를 친다. 밭 크기가 300여 평으로 어중간한데다 부정형이어서 이것저것 심으려니 밭을 장만하는 것부터 파종하기까지 일하기가 복잡하다.이제 비가 오면 정말 끝장이다. 대책없이 사놓은 씨감자 두 박스와 다른 종자뿐만 아니라 파종시기가 한 달 이상 남은 작물들을 심기 위해 뿌려놓은 약과 비료의 효과가 사라질까 전전긍긍이다.다행히 날씨가 도와줘서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동시피복기를 임대해 두둑을 만드는 작업과 비닐피복 입히기 작업을 잘 마무리했다. 이제는 비가 와도 안심이다. 그리고 씨감자 눈을 따고 감자를 심었다. 초보농부의 텃밭에 심기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작물을 포기하든가 남은 씨감자를 처분해야 한다.꾸역꾸역 씨감자를 다 심으니 다른 작물 심을 공간이 없다. 다른 작물을 안 해도 되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제는 제초매트를 고랑에 쳐야 한다. 아니면 잡초 때문에 너무 힘들다.단비도 한 두 번 내려주고 해서 올해 감자 농사는 공짜로 먹는다는 생각에 사람 마음 간사하다고 어느새 싱글벙글이다. 그런데 오호 통재라. 까먹은 게 있다. 감자를 심고 3주가 지났다. 한두 녀석씩 검은 비닐 사이로 고개를 쳐든다.스스로 방향을 잘 잡아서 흙을 뚫고 올라오는 싹들이 있는가 하면, 봄 햇살의 뜨거운 비닐 속에 갇혀 녹아내리는 싹들도 있다. 적기에 꺼내 주지 않으면 감자농사는 말짱 도루묵이다.고랑에 쭈그리고 앉아 일일이 한 녀석씩 광명한 세상으로 꺼내준다.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하기를 수백 번, 허리와 무릎에 주어지는 고통에 차라리 감자를 사먹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인데 왜 또 이런 멍청한 짓을 하는가 탄식이 절로 나온다.그렇다고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다. 감자란 놈이 눈치가 없어서 자기가 올라오고 싶을 때 올라오니 초보농부는 수시로 감자 밭을 찾아와서 쪼그리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해야 한다.그러면서 아이들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감자처럼 옆에서 누군가가 조금 도와줘야 잘 자라는 아이도 있다. 감자를 수확함에 있어서도 준비하고 애태우고 마음 졸이고 심지어 허리와 무릎이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도와주건만 우리 아이들에게 서랴.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오월을 앞두고 감자농사에서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 몸과 마음가짐을 되잡은 교훈에 감사하다. 아이들은 인류의 희망이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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