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산불이 산청과 의성을 덮쳤다. 연기와 재가 수 킬로미터를 덮는 동안, 함양군 휴천면 산불감시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점심시간을 없앴습니다.”
그 시간에도 불이 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시원들은 자발적으로 순찰을 이어갔다. 함양군 휴천면 산불감시원에서 활동 중인 이만래 반장과 오광록 진화대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이다. 감시원과 진화대원으로서 산불 예방부터 진화, 주민 계도와 환경 정비까지, 이들이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불이 나면 헬기가 뜨고 출동하는 뉴스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실제 초동 대응은 저희 같은 감시원과 진화대가 합니다.”
산불 발생 시 이들은 가장 먼저 현장으로 향한다. 초동 진화부터 마무리 잔불 정리까지 현장을 지킨다. 불은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빠르다. 순식간에 확산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호흡이 안 맞으면 못 막습니다. 서로 말 안 해도 손짓만으로 알아듣는 사이가 돼야 합니다.”산불 예방 활동도 일과의 중요한 일부다. 휴천면 감시원들은 방화선 구축 작업을 자발적으로 해왔다. 경사진 산길을 따라 예초기로 풀을 베고, 땅을 파 불길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화선은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다.
“이 작업은 시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너무 힘들거든요. 우리는 그냥, 필요하니까 합니다.”
이들의 손길은 불이 나기 전부터, 그리고 불이 나지 않도록 계속되고 있다. 특히 파쇄작업은 불법 소각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감시원들은 마을 어르신들이 농업 부산물을 모아 놓기만 해도 “저거 곧 태우겠다”는 감으로 먼저 찾아가 파쇄한다. 때로는 민원이 접수되지 않은 곳도 선제적으로 다녀오곤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면 그냥 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근무 태도를 넘어, 삶의 자세였다. 감시원들은 주민들을 찾아가 산불 예방을 당부하고, 불씨를 꺼주고, 계도방송을 요청해 하루 여섯 번 마을 방송이 나가도록 했다. 때로는 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이 음료나 사탕을 들고 나와 감사를 전한다.
“그게 진짜 보람이죠. 주민들의 마음이 열렸다는 거니까요.”
그간 산불감시원들은 눈에 띄지 않아 조명을 많이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헬기가 주불을 잡기 전, 우리가 초동 진화를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림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휴천면 감시원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대응해 큰 피해를 막았다. 이들의 노력은 감시뿐 아니라 마을과 행정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젠 담당 공무원이 먼저 식사하자고 연락하고, 주민들은 맥주값도 계산해주고 갑니다.” 서로 믿고 배려하며 ‘가족 같은 관계’가 됐다고 했다. 또한 함양군 산불진화 경진대회에서는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도 증명했다.
이만래 반장은 말한다. “우리는 그냥 계약직 감시원이 아닙니다. 내 살림이 탄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이들은 근무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만일 산불이 나면 자발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생각이다. “그게 진짜 우리 집이 불 나는 거라 생각하니까요.”
오광록 대장은 덧붙인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야 조직이 돌아갑니다. 꼭 100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군가가 120을 해주면 됩니다.”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산을 지켜온 사람들. 휴천면 산불감시원들은 ‘보이지 않는 최전선’에서 오늘도 묵묵히 산을 지키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이들은 이미 누가 보든 말든 자기 몫의 춤을 오래전부터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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