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회는 어떨까?   고운 최치원 선생을 주제로 열린 한·중·미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4월15일 함양에서 열린 가운데, 미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고 있는 마크 피터슨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그는 자기 자신을 ‘우물 밖 개구리’라고 말한다. 국경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밖에서 다른 관점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개구리란다. 여든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별명을 딴 유튜브 채널 ‘우물 밖의 개구리’를 운영하며 그가 연구한 한국역사, 한국문화, 한국문학, 한국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 발표에 앞서 피터슨 교수가 <주간함양>을 방문해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965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환갑’이 됐다는 그에게 한국사회와 유교, 그리고 천년 전 인물인 최치원이 현재 대한민국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에 언제 처음 방문했나?1965년에 한국에 처음 왔다. 한국을 방문한 지 올해로 딱 ‘환갑’이 된 것이다. 그동안 150번 이상 한국을 오간 것 같다. 처음엔 선교 활동을 위해 방문했다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더 알고 싶어서 한국학을 전공하게 됐다.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극동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는데.사람들이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어서 작다고 여겨지지만, 한국의 지도를 잘라 유럽으로 옮겨놓으면 웬만한 유럽 국가와 비슷한 크기다. 그때와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다를 것 같다.가끔씩 1965년도의 눈으로 한국을 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그때는 포장된 도로도 없었고 전부 초가집이었다. 당시 1인당 연소득이 125달러(한화 약 18만 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급성장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고 들었다.맞다. 1960년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아프리카의 여느 국가와 다를 바 없었는데,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가 된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아주 보기 드문 사례다.   한국학 학자로서 급성장한 한국의 동력은 무엇이라 보는가?교육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 제도는 고작 60~70년 된 게 아니다. 1000년 이상 이어져 온 제도다. 한국은 중국을 따라 과거시험을 치렀고, 과거를 보기 위해 사방(전국)에 공부하는 사람이 생겼다. 특히 한국의 출판 기술이 매우 발달했는데, 금속활자 이전에 목판인쇄술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 이를 통해 책이 널리 보급됐고, 사람들이 공부해서 과거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에 합격한 사람들이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관리가 됐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과거에 급제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이 사회적 병폐로,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그렇다. 나도 지금의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제도는 매우 우수하다. 브리검영대학에 오는 여러 나라의 유학생들을 만나보면 한국 학생들은 정말 대단하다. 현재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여러 문제들을 스스로 극복해 온 나라다. 교수님도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 출신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하버드나 서울대처럼 명문대를 꿈꾸며 학원을 다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학원은 좋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 안 된다. 학원은 경쟁을 위한 곳인데, 공부에 경쟁은 필요 없다. 나는 학원에 다녀서 하버드에 간 것이 아니다. 내 나름대로 공부했다. 신나게 놀거나, 스포츠를 하거나, 스스로 책을 읽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를 진단하자면?요즘 한국에 여러 이슈가 많았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 가장 큰 현안이었는데, 내 주변에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모두 있었다. 그런데 나는 탄핵이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흔히 투표를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정권을 교체하거나 탄핵할 수 있는 사회는 매우 선진적인 사회다.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했다 할지라도 결과가 잘못됐을 때 국민들이 스스로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제도가 탄핵이라는 뜻인 것 같다.그렇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의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회는 불신임투표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달한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방문 목적인 고운 최치원 선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최치원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유학자로서 성균관에 배향된 18명의 성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12살에 당나라로 유학 가서 18살에 현지 과거시험에 급제했다. 몇 년간 당나라에서 벼슬을 하다 다시 신라로 돌아왔다. 이후 해인사에 들어가 사람들을 가르쳤다. 유·불·도를 같이 한 대단한 사람이다. 통일신라 시대의 인물이 천년이 지난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한국에는 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이는 17세기 말부터 왜곡된 유교와 혼돈하고 있는 것이다. 유교가 부계사회, 가부장적 문화의 근간이라 생각하지만, 최치원 선생이 가르친 유교는 남녀에게 평등했다. 많은 한국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서 유교가 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져 유교를 싫어하는데 사회를 건강하게 움직이는 힘이 유교에 있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충회(忠孝)와 같은 정신이다. 남녀차별이 아닌 최치원이 가르친 순수한 유교를 실천한다면 참 좋겠다.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이 함양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함양군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잘 보존하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물질적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경쟁하기보다 우리가 상속받은 것을 잘 보존해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즘 한국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 또한 잘못된 유교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극복할 열쇠도 바로 ‘유교’에 있다. 아이를 낳아 인의예지와 충효를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 마크 피터슨 교수 - 1946년 미국 유타주 빙엄캐년(현 솔트레이크시티) 출생 - 하버드대 동아시아학 석사·박사 - 브리검영대학교 아시아학·류인학 학사 - 저서 : 유교사회의 창출, 우물 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사 등 - 논문 : 조선시대 17세기 가족제도의 화변 등 ※ 해당 인터뷰는 유튜브 ‘함양방송’과 ‘우물 밖 개구리’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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