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 햇살에 크게 기지개를 켜본다하늘 아래 매발톱꽃 창밖에는 담쟁이노박 덩굴 늘어지고물가에는 노란 꽃창포바닥에는 네잎클로버와 고마리참다래나무 덩굴 어우러진 길목에는연두빛 오디가 주렁주렁 달렸다벽오동나무 하늘로 오를까나선선한 봄바람 굴참나무 여린 잎에 스며든다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그곳!내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덕암지의 기억을 빚다작가의 말 中
수동면 상백리 골목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옥집은 이홍경 도예가가 태어난 생가이자 그의 작업실이다. 매년 봄 이맘때가 되면 푸릇하게 옷을 갈아입은 잔디와 붉게 핀 자목련이 한옥의 정취를 더하는 공간. 이곳에서 이홍경 작가는 흙을 빚는다. 삶을 빚는다.이 작가는 오는 4월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어 5월2일부터 7일까지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도 전시가 예정돼 있다.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을 앞두고 막바지 전시 준비로 분주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곡면 덕암지에서 보낸 가족과의 추억을 담아낼 예정이다.가족의 추억 담긴 ‘덕암지’덕암지는 그에게 남다른 곳이다.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인 작은 저수지 곁에서 26살에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지곡면 개평마을 출신인 남편(노종환)이 손수 지은 집이다. 그곳에서 아이 둘을 낳아 키웠다. 자연 말고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골마을이었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곳이었다. 아이들과 맨발로 논둑길을 산책하고, 온몸으로 함께 비를 맞기도 했다. 겨울엔 눈사람을 만들고, 벽난로 옆에서 손뜨개를 해 아이들을 입혔다. 소소한 일상의 평화로 물들었던, 가장 행복했던 공간이다.이홍경 작가는 “15년 동안 살았던 덕암지에서의 추억은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 묵직하게 나를 잡아주는 힘이 됐다”며 “덕암지에서 지낸 시간은 삶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작가가 지금까지 작업했던 작품 대부분은 ‘덕암지’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앞서 여러 차례 단체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도 덕암지와 관련돼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간 선보였던 덕암지 작품을 총망라해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새로운 작품까지 더해 그의 내면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덕암지에서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림일기 · 손뜨개 활용한 작품특히 지금껏 보여준 적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딸과 아들이 어렸을 때 썼던 그림일기와 옛 사진 70여 점을 모아 전사본을 뜨고, 이를 헝겊처럼 곡선을 살린 도자에 얹어냈다. 또한 그가 덕암지에서 만들었던 손뜨개 작품을 도자로 표현해냈다. 손뜨개 작품에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들고 점토에 붙여 누른 뒤 석고로 본을 떠서 작업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흙으로 뜨개의 느낌을 재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덕암지 일대의 산과 나무, 저수지의 물결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마치 아동화 같은 천진난만한 형태에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등 쨍한 색감이 특징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의 동심이 느껴진다. 각이 정확하고 마감이 딱 떨어지는 정형화된 형태가 아니라 울퉁불퉁 곡선이 살아 있도록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는 30년 가까이 거창군 샛별초등학교에서 미술 전담교사로 일하고 있다. 도예수업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미술교육 전반을 담당하면서 아이들과 다양한 미술활동을 하며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홍경 작가는 “아이들 만나면 에너지를 받고 동심으로 물든다”며 “미술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정서 발달의 바탕이 되는 미술·음악 등 예체능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은 힘의 원천…자연에서 얻는 영감”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전국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손재주와 감각이 있던 그가 도예의 길에 접어든 것은 졸업 후 고향 함양에 돌아오면서부터다. 함양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도자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거창에도 미술학원을 열고 함양과 거창을 오가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거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도예수업 진행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도예가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07년 경남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상을,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특선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으로 작업실에 전기가마를 들였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흙을 빚고 색을 입히다, 염료 공부를 위해 2년 동안 대전을 오가며 도자기 핸드페인팅을 배우기도 했다. 달항아리 · 호리병 등 특정한 기물보다 공간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대중화 하는 게 소망이다. 이홍경 작가는 “가족은 힘의 원천이고, 자연은 늘 영감을 준다”며 “오랜만에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간에 대한 기억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 이홍경 작가는- 1970년 수동면 상백리 출생 - 상내백초등학교(폐) 졸업 - 안의중 · 안의고 졸업- 계명대학교 공예과 전공 - 샛별초 미술 전담교사- 홍세라믹 스튜디오 대표 - 옥계풍류 회원- 남천도자 핸드페인팅 회원 - 개인전 및 전시기획 21회, 그룹전 단체전 33회>> 전시회 일정 - 4월23일~29일 경인미술관 제5전시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5월2일~7일 함양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 (함양읍 필봉산길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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