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경남도지사가 함양군 방문 당시 언급했던 경상남도 인재개발원 이전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무산에 대한 군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에 대해 박 지사가 민심 잠재우기용 ‘공수표’를 남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박완수 지사는 지난 2월 11일 함양군에서 열린 도민 상생토크에서 경상남도 인재개발원 이전을 언급했다. 경남인재개발원은 공무원 연수시설로, 현재 진주시에 위치한 경남도청 서부청사에 마련돼 있다. 함양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박 지사가 지역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인재개발원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자 지역민의 기대가 고조돼 왔다.당시 도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무산된 만큼 함양군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나오자, 박완수 지사는 “경남 지역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도 단위 기관이 있는 곳을 분석했는데 함양군을 비롯해 2~3곳에 그런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도 단위 기관 중 추가로 입지를 선정하고 옮겨야 하는 기관이 있다면 함양군 등 기관이 없는 곳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경남인재개발원의 경우 진주시에 위치한 경남 서부청사에 있는데, 공무원 교육기관이 도심지 빌딩에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공기 좋고 자연 경관이 우수한 곳으로 옮겨 공직자들이 근무하다가 교육받을 때 힐링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박 지사는 “현재 그렇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을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려 한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함양군 지역 발전에 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도지사가 이같이 발언한 뒤 여러 경남 지역 시·군에 파장이 일었다. 함양을 비롯해 함안, 의령, 거창, 합천 등 5개 시·군이 공식적으로 인재개발원 유치를 건의했으며, 이를 위한 전담 TF를 꾸리는 등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반면 진주시에서는 현재 입주해 있는 기관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2일 강민국(진주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박완수 지사를 만나 “진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인재개발원을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고 이와 함께 지자체 간 경쟁 과열로 지역 갈등도 우려된다”면서 “인재개발원이 이전한다면 진주 중앙중학교 부지·시설을 활용하고, 중앙중학교는 진주시 초전동 중학교 신설 예정부지로 이전·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이 자리에서 박완수 지사는 “인재개발원 이전 논의가 있었으나 현재는 기존 인재개발원 시설 활용 방안을 찾는 것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진주 지역 학교 상황을 잘 살펴보며 강민국 의원과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경남도청에는 인재개발원 이전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재개발원 등 공공기관 이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남도 균형발전과 공공기관이전 파트장은 “현재 서부청사에 있는 인재개발원 시설 활용 방안을 찾는 것부터 검토 중”이라며 “기존 시설 활용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인재개발원 이전 논의는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함양군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경남도의 입장을 묻자 “인재개발원 이전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답변이 곤란하다”고 전했다.박 지사가 함양군민에게 했던 말과 달리 한 달여 만에 인재개발원 이전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함양군 또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게 없다”며 “경남도에서 인재개발원 이전을 시작하면 곧장 대응하려고 자료 수집 및 유치 타당성 논리 개발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도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 함양군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경남도가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는 상태여서 별도의 타당성 연구용역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한편 인재개발원 이전 문제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완수 지사가 먼저 이전을 언급해 군민들의 기대를 높여 놓은 것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있어 타 지자체 눈치를 보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서 인재개발원 이전이 요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익명을 요청한 한 지역주민은 “경남도 인재개발원의 함양군 유치 당위성은 충분하나, 도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성급하게 공론화돼 아쉽다”며 “다른 지역과 상대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다뤄졌어야 하는 문제인데 지역 간 경쟁을 부추키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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