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구변편(九變篇)구변(九變)이란 아홉가지 변칙(變則)을 말한다. 대체로 변칙이 있으면 원칙(原則)이 있고 상칙(常則)이 있으면 변칙이 있다. 더구나 사활(死活)을 단숨에 결정해 버리는 용병(用兵)의 길이 있어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으라. 이것이 여기에서 말하는 구변, 즉 용병 상의 변칙이라 할 수 있는 이런바 아홉가지 항목이다. 하지만 이 구변(九變)은 원래 고대의 궁시군(弓矢軍)을 상대로 해서 말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 입체전(立體戰)을 상대로 했을 때에는 자연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치는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다. 그 변화와 발전의 법칙을 탐구하는 것이 승리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는 것만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인 것이다.1) 손자(孫子)는 말하기를 대체로 군사를 쓰는 법은 높은 언덕으로 향하지 말라. 언덕을 등지고 있는 것을 치지 말라. 거짓 패한 체 하는 것을 쫓지 말라. 날카로운 군사를 공격하지 말라. 이병(餌兵)을 치지 말라. 돌아가는 군사를 막지 말라. 포위된 군사에게는 반드시 틈을 내 주어라. 궁한 도적은 가까이 쫓지 말라. 끊어진 땅엔 머물지 말라.原文(원문) 요孫子曰(손자왈), 凡用兵之法(범용병지법)은 高陵勿向(고릉물향)이라, 背丘勿逆(배구물역)이라, 佯北勿從(양배물종)이라 銳卒勿攻(예졸물공)이라. 餌兵勿食(이병물식)이라 歸師勿遏(귀사물갈)이라. 圍師必闕(위사필궐)이라 窮寇勿迫(궁구물박)이라 絶地勿留(절지물유)하라.解說(해설)공격할 때 피해야 할 아홉가지 원칙을 말하고 있다. 첫째 높은 언덕을 향하지 말라(高陵勿向). 여기의 능(陵)은 높은 언덕, 곧 적이 만일 높은 고지(高地)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그쪽을 향해 올라가면서 치지 말라는 것이다. 고대의 궁시군(弓矢軍)의 경우 이것은 더구나 절대 지켜야만 했던 일이다.둘째 언덕을 등진 적을 맞아 싸우지 말라(背丘勿逆). 배구(背丘)란 언덕을 등에 지고 방어(防禦)의 진지(陣地)를 구축한 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적은 등 뒤에 자연의 방벽(防壁)을 짊어졌고 이쪽은 적의 앞에 노출(露出)된 채 올라가는 것이다. 이 역시 될 수 있는대로 그 정면 공격을 피해야 한다. 여기에서 (逆)은 영(迎)과 같다.셋째, 거짓 패한 체하는 자는 쫒지말라(佯北勿從). 양배(佯北)는 속임수로 거짓 패한 척하면서 달아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쫓다가는 필경 복병(伏兵)을 만날 것이니 추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넷째, 정예한 군사는 공격하지 말라(銳卒勿攻). 고대에는 군에서 특히 정예(精銳)의 군사를 모아 따로 선발대(選拔隊)를 조직했는데 이것은 오늘날 결사대(決死隊)와도 같은 것으로서 이것은 예졸(銳卒)이라 한다. 이러한 예졸과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싸워선 안된다. 군(軍)은 실(實)을 피하고 허(虛)를 쳐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다섯째, 미끼를 주듯이 유인하는 군사는 공격하지 말라(餌兵勿食). 이병(餌兵)이란 고기를 낚는 미끼에 비유해서 적의 유병(誘兵)을 가리킨다. 여기에 대들어서는 물론 안된다.여섯째, 돌아가는 군사는 막지 말라(歸師勿遏). 귀사(歸師)란 전지(戰地)에서 떠나서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전군을 말한다. 이러한 군대는 오직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것이니 이러한 군사와 억지로 싸워서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무리한 희생을 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일곱째, 포위된 군사는 반드시 틈을 내 주라(圍師必闕). 위사(圍師)란 포위당한 군사, 궐(闕)은 그 포위한 곳의 한 모퉁이를 터 놓아 적에게 퇴로(退路)를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적을 완전히 포위해서 전혀 활로(活路)를 없애버린다면 적은 필사(必死)의 당에 서게 되고 필사적인 반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 이렇게 해서 공연한 희생을 내지 말라는 말이다.여덟째, 궁한 도둑은 핍박하지 말라(窮寇勿迫). 궁구(窮寇)란 먹을 양식이 없고 무기조차 없어져서 그 때문에 스스로 일전(一戰)을 해서 사지(死地)를 벗어나려고 하는 적병을 말한다. 이것을 추격해서 급히 몰아붙이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아홉째, 절망의 땅에는 머물지 말라(絶地勿留). 절지(絶地)란 끊어진 땅, 절망(絶望)의 땅이다. 적이 만일 이러한 땅에 우리를 몰아넣었을 경우에는 절대로 올래 머물지 말아야 한다.註(주)背丘勿逆(배구물역) : 정면으로 맞서서 응전하는 것. 佯北(양배) : 배(北)는 패한다는 뜻, 곧 거짓 패하는 것처럼 달아남. 餌兵(이병) : 낚시의 미끼처럼 유인하기 위한 군사. 물식(勿食) : 공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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