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쌀 소비량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8만 ha(경남도는 7000 ha)의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함양군도 이에 따라 감축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함양군이 줄여야 하는 면적은 함양군 전체 벼 재배면적의 13%에 해당하는 382 ha다. 이는 상림공원 16개 이상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함양군농업기술센터는 △전략작물 전환 △논 타작물 △친환경 인증 △농지 전용 △자율 감축 등 5개 유형으로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한다.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신청 마감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위성사진으로 재배면적을 점검할 계획이며, 감축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 자치단체에 공공비축미를 우선 배정하고, 전략작물 산업화 지원 및 고품질 쌀 유통 활성화 등 정책 지원사업을 우대하겠다고 밝혔다.쌀은 함양군 대표 생산작물로 총 생산액 기준으로 사과와 돼지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쌀은 기계화가 잘 되어 있는 작물로 이미 농기계를 확보하고 있는 농민들에게는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55.8kg)은 전년보다 1.1%(0.6kg) 감소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2.9g이 된다. 198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3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드러났다. 2023년 기준으로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섰다.다만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은 87만 3363톤으로 전년대비 6.9%(5만 6242톤) 증가했다. 2022년은 69만 1422톤, 2023년은 81만 7122톤으로 집계됐다. 쌀 소비량이 많은 업종은 주정 제조업(26.2%), 떡류 제조업(22.9%),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18.6%),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10%) 순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은 2023년에는 전년대비 12만 5700톤이, 2024년에는 전년대비 5만 6242톤이 증가했을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정부는 1인당 쌀 소비량 감소를 두고 벼 재배 면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1인당 쌀 소비량을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과 함께 계산하면 1인당 쌀 소비량이 소폭 증가한다는 통계를 낼 수 있어 농민 단체를 중심으로 감축의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한국은 1995년 있었던 WTO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설정된 최소시장접근협정을 근거로 매년 40만 8700톤의 쌀을 의무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쌀 대부분이 가공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아무리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이 증가하더라도 벼 재배면적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평년작만 되어도 10만 톤에서 20만 톤 정도 쌀이 과잉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주로 소비하는 쌀은 자포니카종이다. 자포니카종은 전 세계 쌀 생산 중 15%에 불과하며, 중국과 일본, 한국이 주 생산국이자 주 소비국이다. 수출량 1위는 미국이지만 이 수출량도 한국이 생산하는 양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자포니카종은 생산국과 소비국이 크게 일치하는 품목으로,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작물과는 달리 가격 변동성이 크며 사실상 자급자족이 필요한 품목이다. 특히 매년 이상기후가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재배면적 감축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이를 증명하듯 최근 일본에서는 쌀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났다. 3월 17일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3월 첫째 주 평균 쌀값은 5kg당 4077엔(3만 9800원)으로 한국과 비교하면 2.5배를 넘는 수준이며, 1년 전보다 쌀값이 99.3% 상승했다. 일본 농업신문은 2023년에 찾아온 폭염과 폭우로 인해 주요 산지의 쌀 생산량이 감소한 여파가 2024년까지 이어지며 극심한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홋카이도에서 벼 재배를 이어가는 우케가와팜덴엔의 우케가와 미키야스 씨는 “홋카이도의 여름은 피서지로 유명한데 2023년 여름만 해도 벌써 36도를 기록했다”며 “2023년 쌀 생산량이 20%나 줄었다”고 말한 바 있다. (본지 기사 ‘함양의 발효문화 기반 활용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1’)경남도의회 장진영 도의원은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계획 철회’ 내용을 담은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 의원은 “일본 정부가 벼 감산 정책을 추진했으나, 쌀 생산량 급감으로 ‘대란’을 겪어 쌀값 폭등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정책을 철회했다”며 “식량 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실패 사례를 참고해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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