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의 바둑 고수인 이세돌과의 공개 대국에서 예상을 깨고 완승하며 “현존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등극,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2016년의 일입니다.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프로 9단으로 인정하고 대회 참가 자격도 부여했지만, 기존의 통념을 깨뜨린 창의적인 수와 대세 관으로 수천 년 이어온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는 더 이상 인간인 적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라졌습니다. "바둑 신(神)" 알파고는 AI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AI의 등장은 산업 혁명을 넘어서는 문명의 전진이 분명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과학 기술적 사변입니다. 인간의 지능(천연 지능)이 만든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압도해 버린 알파고가 등장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AI가 인류 문명을 이끄는 거대한 기관차가 되어 폭주하는 느낌이 드는 까닭입니다.단지 산업 현장에서의 기술적 혁신을 넘어, 과학, 의료, 예술,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가 시와 소설을 쓰고,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그러나 AI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험한 기술이라는 지적과 함께 너무 빠른 발전 속도와 과도한 경쟁이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에서 세계 1위 기업 애플을 뛰어넘는가 하면, 중국판 “챗지피티”라는 ‘딥시크’가 등장하자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등 AI가 국가 간 경제 전쟁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사실입니다.AI를 주도하는 경제 대국들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정작 그동안 실력을 비축해온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격랑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알파고가 등장한 지 10년, 우리는 한 명의 대통령이 탄핵되고 또 한 명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공공연히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단언을 서슴지 않으며 대립하고, 국민은 편을 나누어 상대방을 원망하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헌재의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대통령과 민주당은 헌재의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라는 모 신문사의 사설이 공허한 것은 대통령이 무제한으로 주어진 최후진술에서도 끝내 승복이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았고,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는 야당이 기각 결정에 승복할 리도 없는데 언론의 기계적 중립 선언이 무책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헌재의 최종 판단도 작금의 혼란과 분열을 멈추지 못하고, 그래도 선거 결과에는 승복하던 민주적 전통마저 지켜지지 못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입니다.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정권을 맡겨야 하는가 하는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좌도 우도 아니고 광주도 대구도 아닌 선량한, 그저 열심히 일하고 나라 잘되기만 바라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또 다수의 결정에 기꺼이 승복할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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