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데, 비는 커녕 엄천강이 짱짱 얼어 붙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봄이 올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지난해 이 맘때는 산책길에 개구리 울음소리 들렸는데, 오늘은 어찌나 바람이 매서운지 산책길이 고난의 행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매화 소식이 올라오고 있으니 이번 추위 지나면 지리산에도 봄이 오겠지요. 지난주 이웃 농부들과 요즘 가장 핫한 SNS인 스레드 공부방을 만들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대세다 트렌드다 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계정 만들고 운영을 잘하겠지만, 칠순 팔순 농부들에게는 계정 만드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도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정 만들고 텍스트 위주의 SNS인 스레드에 포스팅하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이웃 농부들에게 같이 해보자고 권했습니다. 공부방 멤버 6명 나이 평균이 71이고 표준편차가 11이네요. 아주 기본적인 수준으로 모두들 계정을 만들고 첫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나는 공부방 풍경 사진과 함께 함양의 나이든 농부들이 열공중이라는 글로 포스팅을 했는데 댓글이 너무 많아 답글 다느라 빠빴습니다. 포스팅을 본 많은 사람들이 80세 할머니도 있는 우리 공부방 멤버 모두와 친구를 맺고, 소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 하나 때문에 된장, 건나물, 인절미 주문이 들어와 모두들 손뼉을 치고 즐거워했습니다. 시골 농부들이 어려운 SNS를 배우는 것은 사실 농산물 판매가 주 목적입니다. 이번에 스레드 공부방을 만든 이유도 내가 스레드를 하자마자 찰떡 주문이 들어와 이웃 농부들에게 권한 것인데,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이렇게 조용히 다가오나 봅니다. 우리 농부는 하늘을 읽고, 땅의 기운을 헤아리며 가장 먼저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정작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흐름에 몸을 실어야 할 때, 우리는 너무 늦게 움직이곤 했습니다.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며, 비바람을 견디고 열매를 맺기까지 우리는 누구보다도 깊은 인내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이야기를 세상에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농사는 단순한 생산으로만 머물 뿐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길어 올린 농부의 시간과 철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나눌 때입니다. 스레드(Threads)는 단순한 SNS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 노동이 담긴 이야기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새로운 강줄기입니다. 땅에서 흙을 일구듯, 우리는 글로 우리의 생각을 일구고, 그것이 하나둘 모여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든 사람의 가치와 철학을 선택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그 가치를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는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주인공은 나이와 상관없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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