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도시에서 어린이 영어동화 서점을 운영하다가 이십여 년 전 귀농한 이후,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제는 손에 꼽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곶감 농사부터 시작해서 떡카페 운영, 갤러리 운영, 온라인 마케팅, 브랜드 개발, 포장재 디자인, 상품 사진 촬영, 정원 관리와 장미 가드닝, 수도 배관 수리, 트럭 운전, 포크레인 운전, 수필가와 블로거, 신문 칼럼니스트, 벽난로 화부, 창고 건축가, 그리고 얼떨결에 고양이 집사까지 맡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SNS ‘스레드’에도 도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몇 번 포스팅해본 것이 수많은 팔로워를 불러왔고, 떡 주문까지 들어오니 더는 취미로만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이웃 농부들과 공부방을 만들어 함께 배우고 계정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칠순, 팔순 농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정원 한쪽에 심은 장미 몇 그루가 이제는 50여 품종의 장미 정원이 되었습니다. 봄 한철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을 피우는 사계 장미들은 삶의 또 다른 풍경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향기로운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삶은 스스로 가꾸고 가꿀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요. 세월은 멈추지 않고, 나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는 일이든, 정성을 들여 떡을 만드는 일이든,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이든, 혹은 오래 남을 글을 쓰는 일이든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최근 직업 목록에 또 하나의 새로운 직함이 추가되었습니다. 동영상 크리에이터. AI 영상 생성 툴인 ‘SORA’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3D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유튜브에서 사용법을 간단히 익힌 후 몇 개의 영상을 만들어 스레드에 올렸더니, 하루 만에 수백 명이 팔로우를 하였고, “농부가 이렇게 잘해도 되느냐”라는 댓글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화한 AI가 하는 일이고 나는 그저 감탄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직업이 추가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나는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왔고,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농부의 삶에 다채로운 색을 더해주는, 끝없는 도전 속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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