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아닌데 꽃말을 가진 나무,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고 한다지요.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또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작나무가 될 테지만, 나는 당신의 자작나무가 될 테야. 십 년, 백 년, 천 년, 아니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고 살아가던, 이제는 힘 빠진 노쇠한 자라 스스로 칭하지만, 언제나 정의롭고 따뜻하고 풀잎처럼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을 기다릴 테야. 나 자작나무로 서 있을 테야. 당신과 함께 했던 삼십사만 일천육백사십여 시간, 당신의 아픔과 슬픔을 듣고 너무나 놀라 전율하며, 그 속에서 온전히 빠져 나오길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위로했던 시간. 웃음을 잃었던 얼굴에 환한 미소꽃을 피워 행복하길 바라며,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 어느새 나의 마음과 영혼은 당신으로 가득했고, 나는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있었던 거야. 당신의 말 한 마디, 작은 몸짓 하나에도 가슴에 꽃이 피거나, 가슴이 쿵 떨어져 마치 가을 낙엽 이리저리 바람에 굴러다니며 바스락거리듯 하곤 했어. 수긍할 수 없는 갑작스런 당신의 결정은, 몇 달 동안 나의 눈에서 눈물이 비오듯하게 만들었어. 눈물의 화수분인 듯 난 울고 울고 또 울고, 끊임없는 슬픔과 아픔의 시간을 가지고 말았어.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렇게 살 순 없어. 난 밝음이고 오색찬란한 채색을 가졌거든.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을 거야. 당신을 사랑하니까. 이제 더 이상 아파하거나 슬퍼하고만 있지 않을래. 나 다시 본연의 색깔을 찾을 거야. 더 단단하게 일어설 거야.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 땅속에 보석함을 숨겨두듯, 잎이 무성한 이 자작나무 아래 땅을 파고 구멍을 내어, 잠시 소중하게 조심스레 묻어둘 거야. 빠른 기간 내에 돌아와 다시 꺼낼 거야. 변하지 않아, 나의 사랑은. 오히려 보석보다 더 찬란하게 빛날 테야. 사랑해,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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