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신이 앉은 자리를 꽃자리라고 생각하는지요? 우리 주변에 자신이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학생들의 선생으로 살다 보면 하루하루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게 흘러가지만, 가끔은 그 일상 중에서 기쁜 순간과 힘든 순간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쁜 순간은 가장 힘든 순간을 달래주고, 가장 힘든 순간은 가장 기쁜 순간을 기다리게 하며 살아갈 매 순간의 힘을 북돋워 줍니다.지난해 졸업한 졸업생으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함양중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축구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두류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밴드 보컬그룹 멤버들과 음악실에서 신나게 악기 연주하고 노래 불렀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요. 선생님!’ 학부모로부터는 ‘함양중학교 비룡 향학로 정문 위에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좋은 글귀를 올려놓는 정성은 감동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한 단계 높인 것 같고 함양중학 교문을 지날 때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함양중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늘 응원합니다. 입학식과 졸업식 날 들려준 교장선생님의 좋은 말씀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먼 훗날 우리 학생들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행복한 삶을 살아갈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떠나온 고성 회화중학교의 노 선생이 보낸 안부 문자에서는 ‘작별이 서운하고 아쉽지만 만나면 헤어짐이 인간의 운명이니 그냥 그러려니 여기렵니다. 모교 함양중학교로 가시게 된 것 많이 축하합니다. 교정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을 선생님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선생님의 이별사 중에 출근길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저도 꼭 고성 구만재를 같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늘 존경받는 그 모습 끝까지 변함없길 바라며 가정과 일터에도 복됨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요. 선생님!’ 졸업생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학부모와 동료 교직원으로부터 저런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잔잔한 행복감이 물결처럼 밀려옵니다. 어찌 보면 각종 평가 시험과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고, 생업의 고단함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학부모들이며, 동병상련 오늘도 학생 교육에 골몰하는 동료 교직원들입니다.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저의 자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맙고 기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의 그리움은 제가 그 위치에서 나름 애썼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떠올리는 그 그리움의 자리가 제게는 가장 큰 기쁨인 ‘꽃자리’인 양 싶습니다.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2024년 용의 해가 저물고 2025년 뱀의 해가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학교행사 자리는 ‘이 자리가 꽃자리다. 함양중학교를 위하여’라는 건배 구호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 건배사는 저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줍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로 시작하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는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느니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리라)’의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벗어나고 싶은 바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리가 보람과 행복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렇게도 힘들었다는 아이엠에프와 코로나-19 팬데믹도 잘 넘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마음먹기인 듯합니다.‘오늘도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고,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꿈꾸고 있는 바람이 최고의 꿈이다. 지금 앉은 이 자리가 꽃자리다’라고 읊조리며 맹추위 이 한겨울도 슬기롭게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눈과 얼음을 뚫고 복수초꽃이 피어나듯이 언젠가는 남녘 바람과 함께 따뜻한 봄날이 우리 곁에 시나브로 다가와 있겠지요.
최상재 함양중학교 교장선생님의 퇴직으로 교육단상 칼럼은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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