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함양시장에서 금강상회(포목점)를 운영하고 있는 강분숙(83) 여사가 특별한 결심을 했다. 함양군민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를 준비하며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자 한다.
“저는 우리 함양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어요. 이제는 그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어요.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제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고 싶어요. 조건 없는 대접을 실천하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강 여사는 지곡면에서 태어나 8남매 중 넷째 딸로 성장했다. 21살에 농사를 짓는 남편과 중매로 결혼해 시골에서 생활을 시작했으나, 농사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솜씨가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바느질을 시작했지만, 밤을 새워 일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장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시골 5일 장을 다니며 물건을 팔고, 밤에는 바느질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잠을 하루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고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눈병이 생겨 서울까지 올라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여사는 포기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 이어가며 가족들을 챙겼다.
여섯 번이나 새집을 전전하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마침내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며, 학비 부담으로 꿈을 접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등록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생을 해봐서 알잖아요.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등록금을 조금씩 도와줬어요. 전부를 대줄 수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강 여사의 봉사 활동은 학비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1988년부터 오랜 기간 동안 국제 결혼을 주선하며 30~40명의 외국인 배우자들이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부모 없는 신랑·신부를 대신해 주례를 서고, 아기를 낳으면 직접 반지나 포대기를 챙겨주는 등 가족처럼 돌보며 살아왔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는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아쉬움에 60대에 뒤늦게 검정고시에 도전해 초등학교부터 고입 과정까지 독학으로 통과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더 나아가 어려운 이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군의원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았다.
“군의원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겠다 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원래부터 남을 돕고 싶어서 출마한 거지, 개인적인 욕심은 없었어요. 그래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농사와 장사를 병행하며 모은 돈으로 조금씩 땅을 사들였고, 현재 약 5천 평의 호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마다 밭일을 하고 낮에는 장사를 하던 그는 결국 건강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가는 일도 겪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가게를 운영하며 손님들과 소통하며 삶을 이어왔다.
그렇게 80세가 넘었고, 그는 자신이 장사를 하며 받아온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계획을 실천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도와준 함양 군민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적 여건과 건강 문제로 미루다가 이제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직접 김치를 담그고, 국을 끓이고, 두부를 만들며, 흑돼지도 준비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가수들의 공연과 색소폰 연주, 하모니카 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걸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어요. 10년 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함양 사람들이 저를 믿어주고, 제 가게를 찾아줬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함양 군민들에게 보답할 기회를 갖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그가 정성껏 준비할 이번 행사는 오는 4월 26일 함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 여사는 행사가 단순한 음식 대접을 넘어,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자리이길 바란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담아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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