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편집자 주>   1월 15일 오후 5시 30분, 함양읍에 위치한 “솥뚜껑 삼겹살 오도재 흑돼지”에서 특별한 체험을 시작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테이블에서는 고기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고소한 삼겹살 향은 이곳이 왜 인기 있는 식당인지 단번에 알게 했다. 오늘의 체험은 홀 서빙 업무로, 이중권 사장님을 만나 체험 일정과 가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장님은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지만, 6시 30분 쯤 단체 손님들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긴장을 풀지 말라는 조언을 건넸다. 오늘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고등학생 3명과 함께 일하게 됐다. 그들 중 제일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오늘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그는 테이블 세팅 방법부터 주문받는 요령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가르쳐주며, “처음에는 저도 실수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것입니다”라고 격려해 주었다. 벌써 6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능숙해 보였다. 체험은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는 일로 시작됐다. 밑반찬을 적절하게 배열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과정은 단순해 보였지만, 세심한 주의와 손놀림이 필요하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반찬들과 그릇의 배열은 손님들이 음식을 먹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오른편에 배치한다. 곧 첫 손님이 들어왔고, 긴장 속에서 최대한 밝은 미소로 그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주방에서 근무하는 이모들에게 손님의 수를 알리고 밑반찬 세팅을 돕는 일도 나의 몫이었다. 첫 주문은 삼겹살 4인분과 소주 1병,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다행히 실수 없이 무난히 첫 임무를 수행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도 했지만, 마스크 덕분인지 알아보지는 못했다.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문이 열리고 닫히며 겨울 저녁의 찬 공기가 순간적으로 스며들었지만, 홀 안의 활기찬 분위기는 그 차가움을 잊게 만들었다.   6시 30분경, 사장님이 예고했던 단체 손님들이 입장하며 가게 분위기는 한층 활기를 띠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약 25명의 학생들이 들어와, 홀은 순식간에 북적였다.   단체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부터는 긴박함의 연속이다. 함께 일하는 학생들과 재빨리 테이블 세팅을 완료하고,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앉아 메뉴판을 보며 고기를 기다리는 동안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그들의 밝은 표정은 분주한 나에게도 작은 위안이 주었다. 하지만 단체 손님 응대는 만만치 않았다. 곳곳에서 추가 주문이 이어졌고, 잔이 깨지는 일도 벌어졌다. 테이블마다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나는 계속 주방과 홀 사이를 오갔다.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상황 속에서, 최대한 방해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서툰 몸짓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방해는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움직였지만, 초보자인 내가 제대로 돕기에는 역부족처럼 느껴졌다. 단체 손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긴장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테이블 사이를 바삐 오가며 잔을 채우고 음식을 나르는 일은 고되면서도 보람이 있었다. 한 중학생 손님은 “여기 삼겹살 정말 맛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 말 한마디가 힘든 하루에 작은 보상이 되었다. 체험 중 또 다른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 가족 손님이 들어와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을 즐기며 “고기가 왜 이렇게 맛있어?”라며 연신 감탄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고기의 자부심이 생각났다. 이중권 사장님은 삼겹살 전체 부위 중 최고급 부위만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가게는 흑돼지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라고 앞서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가게가 인상적인 것은 밑반찬이 깔끔하다.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딱 맛있는 반찬들이 당일에 만들어져, 신선하고 맛있다. 체험의 마지막, 나는 아르바이트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노고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 멘토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재미있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중학교 학생은 “학교 끝나고 여기서 일하면 힘들지만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보니 쉽게 보였던 서빙 업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날 체험은 단순히 서빙 업무를 익히는 것을 넘어서, 현장의 활기와 긴박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홀 한가운데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든 이들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팀워크 속에서, 나 또한 그 일원의 일부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묵묵히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은 마음 깊은 곳까지 큰 울림을 주었다. 그들의 진지한 눈빛과 땀방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으며, 앞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대할 때 더 큰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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