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 올해는 설이 빨라서 걱정이야”칠선계곡에서 곶감을 만드는 친구 허농부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묻어납니다. 매년 이맘때면 설명절이 얼마 안 남았는데 주문이 없다며 푸념하곤 하지만, 설이 점점 다가오면 말투가 185도 달라집니다. “곶감이 동이 나서 아쉽네~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데~ 곶감을 좀 더 만들 걸 그랬어~” 하며 푸념(자랑)을 늘어놓는 친구의 모습이 벌써 눈앞에 그려집니다. 올해도 그런 익숙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국 불안이 남긴 경제적 여파가 너무 커서 왠지 모를 걱정이 밀려옵니다.하지만 겨울 추위가 끝나면 꽃이 피듯 이런 불안 속에서도 세상은 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갑니다. 요즘은 SNS, 특히 인스타그램 릴스 하나 잘 만들어 대박난 사람 이야기가 농부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양봉을 하는 그 친구는 단 10초짜리 짧은 영상 하나로 하루 만에 6천만 원어치의 꿀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내용은 별거(?) 아닙니다. 한 고객이 5만원짜리 꿀 한 병을 사려고 울릉도에서 왔다는 시시한(?) 스토린데, 이 평범한 이야기가 알고리즘을 타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박이 난 것입니다.(뭐지? 이게 뭐라고...)곶감 판매도 이렇게 가능할까요? 곶감 만드는 영상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대박난 양봉 농부의 릴스를 벤치마킹해서 시도해볼까 하는데, 비록 10초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막상 만들려고 하면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4초 3초 3초짜리 영상 3개를 편집하고 자막과 음악을 넣어야 하고 동영상 편집기가 필요합니다.그래서 캡컷이라는 앱을 추천받아 사용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사용법을 반복해서 보고 실습하고, 보고 또 실습해보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쉽지는 않습니다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캡컷이라는 걸 얼른 익혀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로 릴스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그래~ 나는 할 수 있어...)“사장님, 이 3만 원짜리 곶감... 중국산이죠? 사기 치지 마세요!”
며칠 전 한 아주머니에게서 전화 를 받았습니다. 곶감을 시장에서 10년 넘게 팔아온 분이라며, 내가 보낸 곶감을 보자마자 딱 중국산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조곤조곤 설명 드려도 막무가내로 화를 내시더니, 전화를 끊으면서 한 마디를 남기셨습니다. “나, 신고할 겁니다!”설마 했지만, 며칠 뒤 농산물 품질관리소 직원이 신분증을 내밀며 찾아왔습니다. 신고가 들어왔다며 원산지 검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나는 직원분을 곶감 냉동 창고로 안내했습니다. 판매 중인 곶감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랩으로 봉인하고, 수거확인 서류에 서명을 했습니다. 검사용으로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증거용으로 내가 보관했습니다.며칠 뒤, 결과는 당연히 ‘국산’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 곶감은 고종시로 만든 무유황곶감입니다. 6번 얼렸다 녹여 만드는 전통 방식으로, 분이 많이 피고 때깔이 화려하지 않은 옛날식 곶감입니다.어떤가요? 이 릴스가 알고리즘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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