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 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 번만, 단 한 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책을 많이 읽었거나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의 일부라는 것을 알 아차렸을 것이다.요즘 나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서 유명 작가들의 소설책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한 줄 한 줄 읽어보며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을 어떤 식으로 써내려 가는지 꼼꼼히 살피고 생각하며 읽고 있다. 60세 이후에 서점가에서 팔리고 있는 나의 소설책을 떠올리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그저 막연한 희망이었으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커다란 힘과 도전으로 다가왔고 개인적인 상황과 심리 때문에라도 소설을 쓰는 일은 숙명적인 일로 다가온 것이다.내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작가는 영국 출신 로자문드 필처이다. 그녀는 18세부터 다양한 글을 써왔는데 나이 60세에 여성을 위한 대작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고 쓴 책이 바로 1987년 63세에 출간된 [조개줍는 아이들]이다. 출간된 이후 미국에서 54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이며 한국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다. 3년 전 선물 받아서 읽게 되었는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고 그런 책을 쓴 작가를 마음 속에 그리며 그녀를 닮아 가고자 목표를 세웠었다.통설에 따르면 작가들의 황금기가 50세에서 60세라고 하기도 하지만 60대 결코 늦지 않다. 로자문드 필처를 비롯해 서 60세 이후에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유명한 작가들도 있다. 국내 작가들 중에도 60대 70대 이후에 소설가로 등단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또 올해로 105세이며 우리나라 최고령 수필가요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는 주간지의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인생에서 열매를 맺은 것은 60대였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정신력은 절대로 늙지 않으며 오히려 창조하는 능력인 사고력은 60대 이후부터 올라간다. 노력하는 사람은 신체가 끝날 때까지 사고력이 계속된다”사고력, 창조하는 능력이 올라가는 60대 정말 멋진 나이대다. 살아온 연륜과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좋을 글을 쓸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다만 글쓰기에 열정이 있고 건강을 잘 챙기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쓴다. 그리고 나는 쓴다.“몇 번인가 톡을 하고 문자도 했다. 전화까지 했는데도 받지 않아서 걱정했다. 그날 밤은 무성의하고 싸늘한 짧은 톡만 날아왔었지. 다음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날이 선 그의 짜증과 성냄으로 뒤섞인 목소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생경하고 아픈,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톡을 했다. 긍정의 마음으로 행복한 날 되기를 바란다고. 오전 내내 아무런 연락이 없다. 섭섭하다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오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이내 가슴이 아려온다. 저녁 7시가 넘어서 겨우 날아온 공감 표시 하나. 그녀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 ㅈㅈ. 그래. 언젠가 실행하리라. 그를 떠나고 세상을 피해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잠적하리라.”-초혜의 소설 중쓰고 또 쓰고, 지우고 찢고 다시 쓰다 보면 언젠가 한 권의 소설이, 아니 멋진 작품이 탄생되겠지. 오늘도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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