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지방소멸의 위기 한가운데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50%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방소멸하면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단어인 세대간 불균형, 청년세대 유출, 출산율 감소, 전입인구 감소 등 함양군은 그 무엇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더 청년세대가 중요하다. 청년세대는 지역의 활력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가 지역에서 재밌게 지내는 것은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청년세대 유입을 증가시킨다. 출산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청년들은 함양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함양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함양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함양 청년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마을에서 미래를 꿈꾸다" 함양의 대안학교, 렘넌트리더스쿨에서 교사로 활동 중인 정나래 선생님은 어린 시절의 방황과 고민, 그리고 특별한 교육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자리에 섰다. "일반 교육권 안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던 엄마가 함양의 렘넌트리더스쿨를 선택했어요. 그렇게 동생이 먼저 함양에 왔는데 그게 만족스러우셨나봐요. 그래서 2학년 2학기라는 늦은 시기에 저도 렘넌트리더스쿨로 오게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시기는 대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처음에는 전학을 가는 게 부담스러웠으나 정나래 교사는 고등학교 시절 렘넌트리더스쿨를 선택하면서 자신의 삶에 큰 변화를 맞았다. "전국 청소년들이 모이는 교회 수련회에서 방 배정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렘넌트리더스쿨에 다니는 학생이었거든요. 그 친구의 경험 이야기가 학교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줬어요. 제가 역사를 좋아했고 탐구를 깊이 있게 하고 싶었는데 기존 교육에서는 그게 조금 어렵잖아요. 책으로 탐구하기보다 현장을 가고 싶었어요. 대안학교가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 같아서 전학을 결정하게 됐어요" 학교에서 나래씨가 깨달은 가장 큰 가치는 공동체 정신이었다. "졸업생들이 학교 구성원을 챙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었어요. 저는 장녀인데도 ‘왜 내가 동생을 챙겨야 하지?’ 생각했거든요. 인생은 각자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공동체 구성원을 챙기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이곳에서 배운 공동체적 책임감은 단순히 동생이나 구성원을 배려한다는 것을 넘어서 내 주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라고 정나래씨는 설명했다. “그냥 단순히 얘를 잘 되게 하고 그런 개념이 아니라 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케어하고 도와주고 더 나은 여건과 삶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포함된 거 같아요. 이걸 알게 된 게 제 인생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였어요” 그때부터 나래씨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돌봄과 애정이 됐다. 삶의 도전과 교사로의 여정 졸업 후 정나래 교사는 2년간 학교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후배학생들과의 유대를 이어가다 부산외대 역사관광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은 그녀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새로운 자유를 만난 정나래씨는 갖고 있던 고민이 자연스럽게 커져만 갔다. "저는 제 인생의 사명이나 방향도 확실한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의심했어요. 그저 주변의 환경이 갖춰져서 만들어진 사명이 아닐까 점검해보게 됐어요“ 그런 의심을 가진 채 정나래씨는 3학년 겨울방학 때 휴학을 결정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상경해서 고급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일을 시작했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잘 맞는 다는 것, 그리고 와인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된 것 등 새로운 경험이 축적됐다. “그 시기 잘 맞는 친구와 미친 듯이 놀러다녔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가진 아픔이나 속사정을 듣게 됐어요” 아픈 가정사를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그 가정사가 그 친구를 뿌리채 흔들어놓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정나래씨의 사명은 더 명확해졌다. “내 주변의 삶을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희미해졌던 거예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이 터지면서 그게 다시 생각이 났고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학교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게 대학교 졸업까지 마치고 2019년 렘넌트리더스쿨의 역사교사로 돌아온 정나래씨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다져가고 있다. “좋은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좋은 방향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서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해요”지역과 청년의 연결 정나래씨는 서울에서 했던 청년끼리 연결되는 경험이 참 좋았기 때문에 함양에서도 그런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청년들이 이 지역에서 잠깐이라도 머물며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해야 해요. 와인 모임이나 취향 찾기 모임 같은 프로그램은 지역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요“ 그렇게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를 만났다. 나래씨는 특히 와인 모임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와인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건 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많이 돼요. 다양한 방면으로 자기개발의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에게 학교는 1순위예요. 그리고 내 개인의 삶이 2순위라고 하면 청년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제 3의 영역이 생긴 것 같아요. 여기서 또 새로운 인연이 많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특히 와인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보이는 변화가 정말 뿌듯했다고 나래씨는 말했다. 참여를 거듭할수록 개인에게 맞는 와인을 말할 수 있게 되는 변화가 반가웠다고. “와인 모임을 진행하고서 다음에 모일 때 ‘저는 어떤 품종이 취향이어서 그 품종의 와인을 더 찾아봤어요’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무척 뿌듯했어요. 이번에는 레드와 화이트 각 3품종씩 6병을 맛보며 취향을 찾는 모임을 진행했는데 서로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 게 반가웠어요” 공동체 정신을 가진 정나래씨가 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청년 커뮤니티 활동하는 모습은 지역의 입장에서도 참 반가운 일이다. 활동을 통해 지역은 더 활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책‘커뮤니티 디자인’에서 나온 내용 중 ‘캐스트’의 역할이 엄청 흥미로웠어요. 디즈니랜드에서 인형탈을 쓰고 고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캐스트라고 하는데 일종의 환대를 한다는 거였어요. 이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는 이 지역의 입구에서 환대하는 역할을 꼭 해야만 해요. 그리고 그런 환대가 이 지역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거 같아요” 정나래씨는 환대와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지었다. "제가 이곳에서 얻은 가르침은 단순히 저만의 것이 아니었어요. 이 지역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때, 그 연결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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