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부쩍 내려가 벽난로에 불을 넣었습니다. 벽난로에 장작을 넣는 일은 번거롭지만,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온기는 무엇보다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불꽃이 춤을 추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온기가 번져오는 듯합니다. 겨울이란 이런 따스함을 찾아 떠도는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곶감 포장에 여념이 없습니다. 곶감은 제철이지만, 택배 상자에 담기까지 그 손길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골라 크기와 모양을 맞추고, 손으로 매만져 곶감 하나하나 정성을 담습니다. 이 바쁜 와중에도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불처럼 타오릅니다. 올해는 새로운 곶감 상품을 꼭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짐 하나로 아들과 함께 대구까지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크림치즈 호두말이 곶감과 곶감 단지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습니다. 사실 유튜브만 열어도 세상의 정보는 쏟아지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습니다. 멀리 찾아간 수업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레시피나 기술이 아닙니다. 화면 속에서는 결코 전해지지 않는 디테일, 손끝의 미세한 감각과 직접 경험한 이들의 살아 있는 지혜를 전수받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배운 곶감 단지는 앞으로 함떡의 중요한 상품이 될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상견례 선물이나 특별한 날의 선물로 곶감 단지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판매를 준비하며, 마치 벽난로의 불처럼 뿌듯함이 가슴속에 피어납니다. 정성껏 담은 곶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중요한 날을 더욱 빛내줄 생각을 하면, 그저 흐뭇합니다. 한편, 갤러리 귀함에서는 반가운 일이 생겼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지역의 미술 단체에서 스물네 점의 그림을 전시하였습니다. 갤러리를 찾아오는 이들이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고, 잠시나마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즐깁니다. 공간이 아름다운 그림과 사람들로 채워지는 순간, 그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되는 쉼터로 거듭나는 느낌이 듭니다. 갤러리는 이렇게 그들의 삶에 약간의 색채를 더해주게 될 것입니다. 벽난로의 불길처럼, 곶감의 깊은 맛처럼, 우리의 시간은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타오릅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배우는 열정,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정성, 그리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선물을 건네는 마음. 그것이 귀감의 철학이고, 겨울을 맞이하는 삶입니다. 지금은 비록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 속에서 찾아오는 순간의 뿌듯함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불이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추위가 깊어질수록 불은 더 밝게 타오르듯, 힘든 손길과 깊은 생각 속에서 비로소 진짜 삶의 빛이 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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