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과학이 태동하기 전에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종이, 화약, 인쇄술, 철 쟁기 등의 발명품은 서양보다 훨씬 앞서 나왔으며, 방직기술이나 굴착기술, 선박 및 항해 기술에 있어서 1천년 이상 앞서 있었다. 14세기 경 중국 배의 길이는 120m 정도였으며 이는 15세기 콜럼버스의 배보다 3배나 컸다고 한다. 또 이 배를 이용해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항해해갔다고 한다. 유럽이 중국이 만든 선박과 항해 기술을 수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항해의 시대는 불가능했을 거라 이야기한다. 또한 중국의 뛰어난 발명품과 기술력은 유럽에서 근대과학혁명이 시작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발명품인 나침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침반은 주위에 자기장이 없는 한 지구 자기의 영향으로 항상 남북 방향을 가리킴으로써 방향을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그 발명은 약 2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0세기경에 고도로 발달한 나침반이 항해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12세기 경 처음으로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나침반의 도입으로 특히 서양의 항해술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과학사에서 나침반은 기술 분야뿐 아니라 이 작은 도구가 또 하나의 과학혁명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세기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성립된 뉴턴 물리학으로 천체의 운동 등 수많은 자연 현상들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대였다. 이 가운데 전기와 자기현상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 두 현상은 이미 2천 년 전 그리스 시대로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뉴턴 물리학의 등장으로 그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여러 지역을 돌며 하는 대중강연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 주제가 대체로 전기와 자기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그 인기의 비결은 다양한 장치들을 가지고 청중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역시 강연자 중 한 명이었다. 1820년 어느 날 저녁 강연에서 전지에 전선을 연결해 전류를 흐르게 했는데 우연히 옆에 있던 나침반 바늘이 갑자기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전류를 중단시키자마자 나침반은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왔다. 우연한 발견의 순간이지만 이 발견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은 전기현상이며, 나침반이 움직이는 것은 자기현상이다. 그런데 전류에 의해 나침반이 움직였다는 것은 결국 전기와 자기가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 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자석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전자석이다. 이후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반대로 자석을 움직임으로써 전지가 없는 전선에 전류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자기가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곧 발전기의 원리가 되었다. 작은 발전기를 만들어 실험해보고 있던 패러데이에게 사람들은 “그런 걸 어디에 쓰겠냐?”고 비웃었을 때 그는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이 기계로 인해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전기의 세상이 시작되었고 모두는 전기세를 내고 있다. 이로써 전기와 자기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만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며 결국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으로 탄생했다.
만일 외르스테드의 강연 테이블에 나침반이 놓여있지 않았다면 이 발견은 뒤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발견은 당시로서는 나침반을 통해서만 가능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유럽에 전해진 나침반은 실용적인 도구로서뿐 아니라 중요한 실험 도구로서 전자기 혁명이라는 대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중국의 실용적 발명품이 뉴턴 혁명 이후에도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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