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산 둘레길 참나무는 푸른 빛이 더욱 짙어지고, 상림 숲을 감돌아 흐르는 위천수는 늦여름 햇살에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며, 우리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느티나무 꼭대기에 자리 잡은 매미는 맴맴 씨에릉 씨에릉 높은음을 마구 쏟아냅니다.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학생들의 선생 노릇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긴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초·중·고 학교급별과 무관하게 자기 자식만 금쪽이로 여기는 진상 학부모와 일탈하는 학생은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여기에 교무 학사 업무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 선생님들만은 이랬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함양중학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우리 선생님을 무진장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먼저, 학생들의 인사를 잘 받아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입니다. 때로는 귀찮고 열없어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사를 받고 응하는 것은 교사의 권리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인성교육의 출발은 인사로부터 비롯됩니다. 수업 시간 시작과 끝에도 인사의 예를 갖는 교육을 반드시 하여야 합니다. 인사는 습관이 되어야 잘할 수 있습니다. 인사를 할 때는 아무리 바빠도 꼭 학생과 눈을 맞춰 주어야 합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는 서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끝날 때 학생은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수고했어요’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학생들의 이름을 많이 기억하고 불러주라는 것입니다. 훌륭한 수업과 함께 학교생활의 시작과 끝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학생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는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다 구체적인 칭찬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겠지요. 청소년기 학생들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싶어 하고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에 목말라 있음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더불어 학생들의 단점을 꾸짖기보다는 장점을 찾아 격려와 용기를 북돋워 주는 목화솜처럼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 학생이 힘들어하는 것에 공감하고 가끔은 해결책도 제시해 주는 선생님, ‘재욱이 머리 깎았네. 이마가 반들반들 밤톨 같구나. 멋지다’라며 관심과 함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선생님, 넓은 안목을 갖고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의 숨은 특성과 재능까지 파악하는 선생님, 학교 학급 행사가 있을 때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며 종종 조언을 주는 선생님, 때론 불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문제 학생을 당당함과 실력으로 제압하는 선생님,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옷장에서 가장 멋진 옷을 고르는 선생님, 언제나 학생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선생님, 시작종이 울리기 전에 먼저 교실에 도착하는 선생님, 단순한 개념 전달이 아니라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열심히 수업 연구를 하는 선생님. 수업하고 나오는 뒷모습이 당당한 선생님이면 더 좋겠습니다. 겸손과 양보를 실천하여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봉사 정신과 민주적 질서 의식을 함양하려는 선생님, 그리하여 질서가 무너지고 인정이 사라진 삭막한 오늘날 현실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이 학생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미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선생님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에 학부모로부터 ‘우리 애가 시근이 많이 들었어요. 담임선생님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학생으로부터는 ‘선생님과 한 반이 되어 보낸 올해 정말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선생님께서 국어 가르쳐주실 거죠’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기분 좋지 않을까요?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앞날에 남았느니, 오직 그것을 위해 나아가리’라는 글귀가 새삼 마음에 와닿는 요즈음입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학생들은 자강불식 실력 향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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