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은 외부 환경과 분리된 조건에서 매우 정밀하고 정확하게 작동했으며 그로부터 도출된 기술은 지금의 문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학은 그 현실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인류가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지구 생태계가 버티다버티다 결국 복수를 해오기 전까지만 해도 과학적 지식은 수많은 기술들을 창출해냈고 인류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는 과학기술의 폭력에 저항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저항을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 복잡한 외부 환경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정확한 예측력을 갖춘 지식은 결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명을 꽃피웠던 과학이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 선 상황에서 결코 명확한 해결책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과학적 지식들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우리는 어떠한 지식을 이용하여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복잡계 과학은 기존의 분리성을 극복하려 하는 노력을 담고 있지만 그 대가로 결국 확률적 예측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일기 예보에서 비올 확률 밖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확률적이란 말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많은 경험적 데이터가 없이는 어떤 계산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만일 내일 비올 확률이 40%라 한다면 현재와 같은 기후 조건에서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통계적으로 10번 중 4번 정도 비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의 많은 동일한 조건에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기존의 양자역학이나 뉴턴 물리학에서 구체적인 경험적 데이터 없이 정확히 대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우리의 위기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복잡계 과학 역시 정확한 예측을 내놓을 수 없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많은 경험적 자료들을 토대로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 시기에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농업에 관해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농업은 현대과학을 바탕으로 화학비료, 제초제, 농약을 개발함으로써 인류의 식량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화학 물질들의 남용으로 땅을 비롯한 지구 생태계는 생명력을 잃게 되었다. 이제 기후위기와 더불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농업을 준비해야 할까? 크게 보면 적정기술을 이용한 농기계와 재생에너지 활용, 그리고 유기농업이 필요하겠지만 작물의 선정이나 농법 등에 대해서는 지역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이 모든 다양한 경우에 대해 과학은 정확한 지식과 예측을 제공해줄 수 없다. 결국 지역의 농민들 한 명 한 명의 경험을 모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기상예보와 같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과학이 무시했던 개인들의 경험치들이 중요해지게 된다. 사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농사지어온 농민들만큼 지역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제 그들이 기후 변화의 상황을 맞아 스스로 얻은 경험 자료가 이후의 농업을 계획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자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없이 기존의 과학적 지식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과학의 지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지식은 부분적으로는 매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단지 많은 이들이 이 지식을 만능이라 여기고 숭배해온 것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보편적인 원리와 법칙보다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 개인들의 경험이 이 엄혹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지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천재의 이론보다 민중들 개개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더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