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면서 잊혀가던 1980년을 소환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통성이 취약했던 제5공화국의 지도자는 4대 국정지표 중 하나로 ‘복지사회건설’을 천명하여 주목을 끌었는데 오직 경제개발에 목을 매던 시절이라 그냥 뜬구름 같은 구호였지만 국민에게 ‘복지(福祉)’라는 단어를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었습니다. 또 다른 국정지표인 민주주의 토착화는 체육관선거로, 정의사회구현은 삼청교육대로 희화화되고 과외 금지를 앞세운 교육개혁도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복지사회건설만큼은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처음 헌법에 명기하고 의미 있는 복지제도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는 학자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후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선거가 중요해졌습니다. 정치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복지문제도 정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데 보수는 복지를 국가의 시혜로 보고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진보는 복지는 국민의 권리이니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한정된 복지 재원을 어떻게 나누어야 표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정치적 계산만 앞서는 것이 현실입니다.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이해 집단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어느덧 복지공약은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올해 6월 3일부터 우리 함양군에서는 1년 이상 거주 중인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노인복지가 시행되었습니다. 공통의 선거공약이었는지 우리와 이웃한 산청군, 거창군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복지정책이 발표되었는데 그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게 재미있습니다. 접종비용이 12만 원 정도인데 산청군과 거창군은 2만 원 정도인 접종비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설계했고 거창군은 대상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올렸는데 우리 군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접종비까지 지원하고 대상도 5천 명으로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복지는 좋은 것이고 선거공약을 꼼꼼하게 이행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65세라는 노인의 나이는 40년 전에 정해진 기준으로 고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그런 의미에서 거창군이 ‘노인의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올린 것은 좋은 선례를 만든 것 같습니다. 두 군이 접종비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한 것도 나름 합리적으로 보이는데 우리 군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토론과 고민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정된 복지 재원을 아껴 쓰기도 해야 하지만 기왕에 시행하고 있는 많은 자치단체가 약제비의 50% 정도를 지원하고 있고 새로 실시하는 지자체들도 대부분 접종비는 본인 부담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노인들에 대한 대상포진 무료접종은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고 현 대통령의 주요 선거공약이기도 해서 조만간 국가 예산으로 시행될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등본을 가지고 병원에 갔더니 초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두 번 걸음을 했는데 초본은 확인하더니 돌려주었습니다. 대체 주민등록증은 어떤 때 쓰는 걸까요? 주민등록 초본이 꼭 약방의 감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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