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만에 또는 500년 만에 오는 기록적인 폭우가 여기 저기 내립니다. 이번 장마철의 폭우는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올여름은 유난히 힘드네요.
텃밭에 고구마, 참외, 복수박,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호박 등을 심었지만, 연이은 비로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땅은 작물의 뿌리를 상하게 하고, 비에 젖은 열매들은 물러 터집니다. 복수박은 맛이 들기 전에 쩌억 갈라집니다. 하지만 삽목해 놓은 국화와 장미, 수국에게는 오히려 이 기후가 유리한 점도 있네요. 빗속에서 새순을 내는 삽목 가지에 위안을 얻습니다. 비를 맞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국화와 장미, 수국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찾습니다.
장마로 인한 수해로 과수원의 진입로가 파손되어 차가 들어갈 수 없게 되어 복구를 하지 않고서는 농사를 짓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진입로가 복구되지 않는 한 기본적인 농사일조차 어렵습니다. 이런 와중에 화단의 잡초를 뽑아주며 사계장미와 수국, 채송화, 해바라기 꽃들을 돌봅니다. 그나마 화단의 꽃들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네요. 잡초를 뽑으며 힘든 시기를 견디는 이 작은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은 비가 밤에 많이 내리네요. 지난밤에도 거친 빗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마당에 쏟아지는 빗물은 개울처럼 넘칩니다. 날이 밝으면 냉동 창고부터 안전한지 확인합니다. 평소에는 눈을 뜨면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정원 꽃나무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지만, 밤새 큰 비가 내리면 냉동 창고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부터 합니다. 다행히 곶감을 보관 중인 냉동 창고는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지난밤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오늘은 해가 나왔습니다. 아무리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지만, TV 채널을 바꾼 것처럼 이렇게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예보를 보니 비는 앞으로도 열흘 이상 이어질 예정이랍니다. 지금은 개었지만, 다시 비가 예보되어 있기에 텃밭에서 풋고추 한 소쿠리 얼른 땄습니다. 여름철 밥반찬으로 풋고추만한 것이 없지요. 고구마 밭고랑은 물이 흥건합니다.
2024년의 여름은 기상 이변으로 인해 많은 농부들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과 위안을 찾아갑니다. 우리는 올 여름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기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농부들은 땀을 흘리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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