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타는 마카오에서 태어나고 자란 58세의 여성이다. 길게 하늘거리는 빨강머리, 그 위에 눌러 쓴 꾸겨진 챙이 모자, 하얗고 작은 얼굴 위에 걸린 동그란 안경, 짧은 반바지, 그리고 등에 짊어진 커다란 가방... 그녀는 언뜻 보기에도 방금 마지막 터치를 끝낸 어느 만화 작가의 여자 아이 주인공처럼 생겼다. 홍콩에서 대학을 나와 거기서 약 10여년 직장 생활을 한 후 그녀는 지금까지 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를 가든 거기엔 그녀가 지낼 방이 있었고 가르칠 아이들이 있었으며 재능을 기부하면서 함께 일할 동료들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의 다른 환경이 그녀의 Home이었다고 한다. 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짐 보따리를 싸서 새로운 정착지로 옮겨 다니곤 했단다. 그런 그녀가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국제 공동체에 들어 온지는 2년이 넘었다. 오로빌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매료되어 그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행복해 하던 그녀가 갑자기 며칠 전 인도에서의 인연이 다한 것 같다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단다. 이미 비행기 티케팅도 다 했단다. 벌써 그간의 살림살이들을 정리하고 있단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통보에 얼떨떨해 하는 내게 그녀는 그간의 사정을 막힘없이 이야기한다. 사실 최근 인도 거주용 비자를 받고자 포르투갈에 잠시 가야 했고 그 곳에 있는 많은 섬들 중 작은 섬 마을을 들렀다가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그 곳에서 만난 여자 아이들을 보고 섬마을 교육 프로젝트를 꾸리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마침 나 역시 늘 인도의 교육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터라 그녀는 나와 나누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포르투갈의 섬 마을에서 여자 아이들과 스스로 자기 개발을 하는 자유 만끽의 배움터를 만들 것인데 그곳에 나를 초대하고 싶단다. 그녀는 쉬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간다. 지난 1년 전에 자신이 직접 주문 제작한 침대가 하나 있는데 아주 특별한 것이란다. 그 침대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되팔고 싶지는 않단다. 그녀는 그 침대를 나의 인도 집에 기부하고 싶다고 한다. 그 침대는 인도의 고대 사원에서 사용했던 고목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나는 그녀의 못 다한 이야기도 읽어 낼 수 있었다. 사실 오로빌에서의 그녀의 지난 세월과 그녀가 오로빌에서 품었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가 그 침대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그 침대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특별한 상징이었고 자신의 내면을 채웠던 안식이자 새로운 내일을 살아낼 용기였을 게다. 인도라는 곳 특히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는 것의 의미가 그간 무엇이었을 거며 또 그간 겪어내었을 어려움과 난관은 또 어땠을 것인가.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쏟아 부었던 지난 오로빌에서의 경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 역시 인도와 오로빌을 수없이 떠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인류의 화합을 위해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어렵게 찾아온 이 공간에 대해 내가 품었던 희망을 갑자기 내려놓고 떠나야 했던 상황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늘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가 하면 또 떠나는 길을 준비하곤 했었다. 생각해 보니 로레타는 그렇게 오고 가는 길 위에서 만난 친구였다. 그럼에도 그녀와 나는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길을 달리다 마주치면 점프 다운해서 서로 얼싸 안고 환희에 찬 행복감으로 서로를 아낌없이 축복했던 특별한 친구였다. 나는 그녀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며 살든 자기 안의 진짜 존재가 이끄는 대로 주저함 없이 착하고 막힘없이 헌신적이며 순수하게 삶을 이끌 것이라는 걸 안다. 나는 그녀의 삶과 생철학을 늘 존경하며 감탄하면서 동시에 축복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인생의 길 위에서 서로를 발견하여 너와 내가 우리가 되면서 더 넓은 세상이 되어 간다. 그렇게 나누어진 우정을 통해 우리는 또 이렇게 더 성숙해진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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