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왔습니다.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대전에서 제법 유명합니다. 내가 사장입니다~” 하며 자랑스런 표정으로 빵을 한 봉지 주는데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이 많이 있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10년 쯤 된 것 같네요.
그 때는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대전에 있다는 빵집을 지리산 골짝에서 강아지 데리고 올 수 있는 작은 펜션을 하고 있던 내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요즘 임대료 문제로 성심당 대전 역사점 뉴스를 보다가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성심당 사장님~ 그 때는 몰라봬서 정말 죄송합니다. 주신 빵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때 빵을 얻어먹고 답례로 귀감 곶감을 한 박스 드렸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네요.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습니다. 만일 인연이 되었더라면 성심당에서 귀감으로 곶감 카스테라 신상을 출시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요.
곶감과 베이커리는 궁합이 아니긴 합니다. 최근 몇 년간 곶감 응용 상품을 만들어보려고 실력있는 쉐프에게 곶감 베이커리 시제품을 의뢰해서 여러 번 받아보았는데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법 규모 있는 빵집에서 곶감 카스테라를 개발한다며 귀감을 주문한 적도 있는데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 우연히 SNS 친구가 곶감은 찰떡과 궁합이 맞는다며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알려줘서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거다 싶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서 이제 곶감 찰떡은 감을 잡았습니다.
지리산 자락 작은 펜션에 여름 한 철 손님이 많이 왔습니다. 그때는 콜리 등 개를 다섯 마리나 키웠는데 아이들이 강아지들과 즐겁게 노는 이야기를 SNS에 올린 것이 출판사와 인연이 되어 작은 아들을 주인공으로 <산과 개>라는 사진동화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베스트셀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 때는 책을 내면 원래 그 정도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운이 좋았습니다. 아들 말대로 아다리가 맞았습니다.
얼마 전 작은 아들이 대전에 친구 만나러 갔다가 성심당 빵을 잔뜩 사가지고 왔습니다. 30분 줄을 서서 기다린 뒤 다섯 봉지쯤 담아 왔습니다. 반드시 당일 먹으라는 부추 튀소 등등 그 많은 빵을 도대체 세 식구가 하루 만에 어떻게 먹으려고 그렇게 많이 사왔는지 모르겠네요. ‘아들은 손이 크다... 커도 너무 크다’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오늘 점심 먹으며 문득 생각이 나서 그 때 사온 빵이 도대체 얼마어치냐? 한 이십 정도 되냐고 했더니 하하 웃으며 4만 원 정도 라고 하네요. 성심당 빵이 아주 싸다고 합니다. 아내가 놀라며 삼십 정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전의 대표 먹거리인 성심당 빵이 임대료 인상 문제로 뉴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성심당은 이번 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본 것 같네요. 아들 말대로 아다리가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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