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허실편(虛實篇)) 본 편에 앞서 병세편(兵勢篇)과 함께 두 편이 서로 자매(姊妹)를 이루는 것으로서 예로부터 가장 뛰어난 명문(名文)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허실(虛實)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허(虛)는 공허(空虛)의 허에 해당하고 실(實)은 충실(充實)의 실에 해당한다. 즉 사물의 틈, 그 틈이 있는 곳이 곧 허(虛)요 그 틈이 없는 것이 실(實)이다. 인간의 정신은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 끊임없이 긴장과 이완(弛緩)이 계속되고 이리하여 거기에서 성공과 실패의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온갖 사회상이 생겨나게 마련이다.말하자면 이러한 현상이 손자(孫子)의 예리한 병법안(兵法眼)에 비쳐져서 이 글 한 편이 이루어졌고 그리하여 병(兵)의 요결(要訣)은 ‘실(實)을 피해서 허(虛)를 치는데 있다’고 하는 정칙(定則)이 얻어지기에 이르렀다.1) 손자(孫子)는 말하기를 대체로 먼저 전지(戰地)에 있으면서 적을 기다는 자는 편안하고 뒤에 전지에 있어서 싸움으로 달리는 자는 수고롭다. 까닭에 잘 싸우는 자는 사람을 조종하고 조종당하지 않는다.原文(원문)孫子曰(손자왈) 凡先處戰地(범선처전지)하여 而待敵者(이대적자)는 佚(일)하고 後處戰地(후처전지)하여 而趨戰者(이추전자)는 勞(로)라. 故(고)로 善戰者(선전자)는 致人(치인)이요 而不致於人(이불치어인)이라.解說(해설)대체로 한 걸음 앞서 전쟁터에 도착해서 서서히 상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오지 않아서 편안하다. 이와 반대로 뒤늦게 전지(戰地)에 나와서 그대로 공격을 하다보면 자연히 무리를 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싸움에 능숙한 사람은 이 이치에 따라 이쪽에서 격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상대를 끌어들여 영격(迎擊)하는 법을 취한다. 공격전법보다는 영격의 전법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대체로 움직임에 있을 때는 여기에 수반하는 힘의 소모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크게 움직이면 큰 소모가 있고 작게 움직이면 소모도 작다. 이것은 설비나 능률과도 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적당한 설비만 갖추면 100이 움직여서 100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이것이 불완전하면 120이 움직여 80의 효과밖에 얻지 못하게 된다. 이것도 남을 조종하고 조종당하지 않는 것의 일종인 것이다.한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물건을 팔려고 할 때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는 것과 상대가 사러오는 것과는 대단한 차이가 있다. 이것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이 이치도 따지고 보면 결국 남을 조종하느냐 조종당하느냐 하는 차이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당했을 때 어딘지 모르게 애를 끓이느냐 남에게 조종당하는 쪽이 편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 같다. 그것은 사람을 조종하려면 조종할 수 있는 무엇이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겠으나 그 보다는 상대가 움직이는 쪽으로 조종당하는 것은 이쪽의 노력 여하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물건을 사고파는 장사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치가 성립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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