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붓꽃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원래 돌담 아래 금목서 그늘에 있던 것을 지난해 볕이 잘 드는 화단 한 가운데로 옮겨 주었더니 꽃이 열배는 많이 달린 것 같습니다. 진작 옮겨줄 걸 그랬네요. 그동안 그늘진 곳에서 투구풀과 싸우며 대여섯 송이 겨우 겨우 피우는 것이 안쓰러워 자리만 옮겨줬을 뿐인데 이렇게 풍성한 꽃을 보여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노란 붓꽃이 피면 서상 할매가 생각납니다. 이 꽃은 십 수 년 전 서상 할매가 나눔 해주신 것입니다. 딸이 와서 심어준 것이라며 꽃이 너무 좋다고 자랑하시다가 선뜻 뿌리 나눔 해주셨습니다. 향기도 좋습니다. 내 코는 둔감해서 웬만큼 향이 진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데 집에 놀러온 이웃이 화단 앞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붓꽃에 코를 갖다 대니 제법 진한 향기가 나네요. 꽃이 풍성하게 피니 향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 4월 날씨가 너무 덥네요. 5월이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4월 기온이 30도 내외까지 올라가니 적응이 잘 안 됩니다. 30도 내외까지 올라가려면 7월말 8월초는 되어야 보통인데 기후가 완전히 바뀐 걸 온 몸으로 확인합니다.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니 두릅과 엄나무 순을 재배하는 농가는 벌써 시즌이 끝났답니다.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야 나물을 착착 수확해서 제 값에 판매할 텐데 기온이 갑자기 올라 나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가격이 많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얼마 전 두릅이 먹고 싶어 읍에 나가면 장에 들러야지 하고 있었는데 시즌이 일찍 끝나버리는 바람에 올해는 놓쳤습니다. 지금 엄나무 순은 머위 이파리처럼 커져버려 아쉽게 되었습니다. 기온이 기습적으로 올라가니 정원 장미도 한꺼번에 필 기세입니다. 장미도 품종에 따라 일찍 피고 늦게 피는 것들이 있는데 올해는 모두 한방에 필 것 같습니다. 모두 꽃봉오리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달고 있습니다. 장미는 향기가 특별히 좋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꽃이 피면 거실 창을 활짝 열어놓습니다. 집안에서도 그윽한 향을 즐길 수 있지요. 목련과 벚꽃도 향기가 달콤하기는 하지만 그 때는 창문을 열기에 쌀쌀한 날씨입니다. 만리향이라고도 불리는 금목서는 향기가 진하면서 풍부해서 창문을 조금만 열어놓아도 매혹적인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금목서가 필 무렵이면 우리 집을 지나가는 지리산 둘레꾼들이 향기에 이끌려 마당까지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금목서 꽃은 샤넬 향수 원료로 사용된다지요. 작년 여름 장마철에 장미와 수국을 삽목했네요. 뿌리 내린 어린 묘목은 노지에서 건강하게 겨울을 났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니 어린 묘목들이 새순을 내고 쑥쑥 자랄 기세라 더 커지기 전에 이웃들에게 모두 나눔 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온 이웃에게는 그늘진 돌담아래 있던 클레마티스와 큰꽃으아리 외 분재용 국화, 허브들도 담아 드렸습니다. 나눈 화초들이 서상 할매 노란 붓꽃처럼 좋은 곳에 자리 잡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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