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중학교 교정에는 대한민국 보물 제376호 석조 여래 좌상이 있습니다. 문화재 안내 표지판에 쓰여 있는 글귀입니다. “함양읍 교산리 석조 여래 좌상은 고려시대 유물이다. 현재 함양중학교가 있는 이 자리는 고려시대에 용산사라는 절이 있었다. 절터의 흔적만 남아있던 이곳에 1933년 근대 교육기관 함양중학교가 세워지면서 오랜 세월 땅에 묻혀 잠자던 돌부처가 발견되었다. 부처 높이 2.45m, 대좌(불상을 안치한 대) 높이 1.58m.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376호로 지정되었다. 대좌의 높이까지 포함하여 4m가 넘는 거대하고 웅장한 불상이다. -중략- 상대의 앞뒷면은 깨지고 양쪽 옆면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중대에0는 눈 모양의 안상(眼象)이 새겨지고 하대에는 구름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의 돌부처는 해가 지는 서쪽을 바라보고 정좌해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땅에 묻힌 돌부처를 발굴했을 당시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바세계 중생들은 땅에 묻힌 돌부처가 바라보는 방향 그대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서쪽으로 십만 국토를 지나면 있다는 아미타불의 국토, 즉 극락세계를 꿈꾸는 돌부처의 마음을 중생들이 헤아려 드렸나 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언제나 변함없이 일 년 삼백육십오일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물 제367호 돌부처는 함양중학교의 수호신이나 진배없습니다. 타지에서 함양중학교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교정의 돌부처를 보고는 놀라며, 불교재단에서 설립한 학교냐고 묻기도 합니다. 여차저차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 ‘절터치곤 명당 아닌 곳이 없다’라고 하며 학교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잘 잡았다고 말합니다. 함양중학 재학생들도 교정에 자리한 돌부처를 매일 같이 바라보며 학교에 옵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듯 이리저리 자세히 살펴보고 주변을 맴돌기도 하지만 며칠 지나면 금방 친숙해져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레 돌부처 앞을 가로질러 등·하교를 합니다. 돌부처도 빙그레 웃으며 학생들을 맞이하고 내일 또 보자며 말없이 보내줍니다. 가끔 100원짜리 동전이 돌부처 손에 놓여 있는 걸 보면 누군가가 작은 소망을 빈 모양입니다.   저는 어떤 특정 종교를 믿는 신자가 아닙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에는 과자 얻어먹는 재미로 교회 몇 번 갔었고, 초파일에는 부처님 덕분에 하루 잘 쉬면서 절집에 가서 점심 공양 얻어먹은 것이 종교행사의 전부입니다. 교장실 남쪽 창 바로 앞에 자리한 돌부처는 저가 의식하지 아니해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옵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고마움을 안 풀릴 때는 지혜와 용기를 내려주십사 기도하는 버릇이 저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그러면 돌부처는 제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염화시중 엷은 미소로 이렇게 답합니다. ‘함양중학교 재학생 289명 한 명 한 명이 저마다 하나의 온 우주이니라’ 지난해 초파일 집 근처 성당을 지나다가 정문에 걸린 펼침막을 보았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 온누리에 부처님의 자비를 베푸소서’ 년 말 크리스마스 때는 진주성 호국사 초입에서 ‘아기 예수 오심을 축하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이 땅에 가득하소서.’라는 펼침막을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귀에 걸리고 오랫동안 기분 좋게 그 앞을 지나다녔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다볕골 함양 땅에서도 햇볕이 가장 잘 들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한 학교가 함양중학교입니다. 뒤로는 백암산 큰 바위 맑은 정기가 이곳으로 모이고, 앞으로는 민족의 영산 두류산 천왕봉이 우뚝 솟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보물 제367호 돌부처도 언제나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함양중학 건아들을 굳건하게 지켜주며 천년만년 함께 할 것입니다. 봉축!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천세! 만세! 만만세! 함양중학교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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