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덥지도 않은 순금 같은 봄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벚꽃은 다 떨어지고 겹벚이 피고 있네요. 텃밭 고랑 정리하고 거름 넣고 비닐 멀칭까지 마쳤는데 모종은 꽃샘추위가 올지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렸다가 심으려고 합니다. 과일 채소 값이 너무 올라 올해는 텃밭 농사를 좀 더 많이 지으려고 합니다. 웬만한 건 자급자족 해 보려구요. 토마토, 참외, 풋고추, 가지, 오이, 호박, 상추, 깻잎 등등 가족이 먹고도 나눌 만큼 넉넉히 심어보려고 합니다. 수박은 어렵더군요. 순 따는 것도 어렵고 장마철에 물관리가 힘들어 사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구마는 일 년 먹을 수 있게 많이 심으려고 합니다. 올해는 의욕적으로 동남아 채소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태국, 베트남에서 많이 먹는 공심채는 재배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네요. 속이 수수깡처럼 비어있다고 해서 공심채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모닝글로리라고 합니다. 메꽃같은 꽃이 피는데 줄기를 잘라 먹으면 금방 다시 자란다고 합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두 포기만 키워도 나눠먹을 정도로 풍성하게 자란다니 기대가 됩니다. 속이 비어있으니 요리할 때 양념이 잘 베어들어 밥도둑이라고 합니다. 시금치 비슷한 건데 칼슘, 비타민이 몇 배로 많고 30일 만에 수확이 된다고 합니다. 물 공급만 잘 해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잘 자란다니 온난화로 비가 잦아진 우리 기후에 딱 맞습니다. 한 가지 더 동남아 채소 중 오크라도 시험 재배해 볼 생각입니다. 여자 손가락처럼 예쁘게 생겨 레이디 핑거로도 불리는 오크라는 노화방지, 다이어트, 면역력 강화에 좋은 열대 채소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채소입니다만 아열대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기후에 잘 어울 것으로 보입니다. 텃밭은 그야말로 텃밭입니다. 혼자서도 관리가 가능한 오십 평 규모인데 최근에 개간한 것이라 돌이 많은 것이 흠입니다. 3년째 보이는 대로 돌을 골라내고 있는데 이제 큰 돌은 거의 다 들어내었고 작은 돌들만 주워내면 됩니다. 돌을 주워 던지는 게 지겨우면 가끔 괭이로 돌을 골프하듯 쳐냅니다. 나이스 샷~ 하면서요. 가깝게 지내는 고향 친구들 중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합니다. 가끔 모임에서 또는 단톡방에서 골프 얘기를 하면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어 마음 뿐입니다. 올해는 생강도 심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도라지 생강청을 만들 계획이 있어 원료인 생강을 직접 재배하려고 합니다. 생강도 사실 동남아 채소입니다. 우리도 서산, 안동, 태안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지요. 무엇이든 심으면 다 될 것 같은 눈부신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원 장미가 대부분 꽃망울을 달고 있습니다. 재작년 장미 바람이 불어 새로 심은 품종만 마흔 주가 넘습니다. 장미가 만개할 즈음 서울 사는 친구들을 초대하려고 합니다. 골프채를 가져오라고 해야겠네요. 텃밭에 쳐내야할 돌들이 아직 많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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