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네요. 텃밭과 집 주변 마당 그리고 화단에도 노란 꽃이 정복했습니다. 민들레는 꽃도 꽃이지만 샐러드로 가끔 먹기도 해서 피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올 봄에는 너무 많이 피었습니다. 꽃이 피면 보기는 좋지만 지고나면 저 많은 민들레를 어쩌나 싶습니다. 텃밭을 준비하던 아내는 안 되겠다며 호미를 들고 민들레를 파내고 있습니다. 흔해도 꽃인데 예쁘게 핀 꽃을 엎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주 내린 비에 백목련이 다 떨어졌습니다. 엊그제는 벚꽃 비를 맞으며 상림을 걸었는데 달콤한 향기로 동화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 이상 기후 탓에 날씨가 갈수록 이상해지는데 이렇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순금 같은 날씨는 며칠 안 됩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아침도 일부러 앞마당에서 먹습니다. 정원에 다투어 피어나는 새순을 구경하며 소박하게 아침을 먹습니다. 은사시나무 고목에 딱따구리 소리가 경쾌하고, 덕장 박공에는 찌르레기 부부가 둥지를 틀고 부지런히 들락거립니다. 텃밭에 고랑을 만들고 거름도 넉넉히 넣었습니다. 채소와 과일 모종을 심기에 아직은 이르지만 요즘 날씨가 포근하니 읍에만 나가면 모종이 나왔나 하고 둘러보게 됩니다. 그저께 장날에는 모종이 좀 나오기는 했더군요. 포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면 괜찮겠지만 4월 말에 꽃샘추위가 올까봐 걱정입니다. 지난해에는 4월 말에 기습적으로 꽃샘추위가 와서 과수들이 냉해를 크게 입었습니다. 올해 사과 값이 폭등한 원인이 되었지요. 그리고 감도 냉해를 심하게 입어 지난 해 대봉감은 70~80%가 감산되었습니다.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니 과일 농사는 갈수록 힘이 듭니다. 감과 사과가 10년 뒤에는 재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제주도에서 생산되던 한라봉이 3년 전 부터 지리산 자락 함양에도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산청에는 오래 전부터 바나나도 생산이 되고 있지요. 하우스 재배이기는 합니다만 열대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지난여름 삽목하여 월동했던 수국과 장미를 이웃들에게 나눴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린 묘목이지만 지난겨울 노지에서 월동했기 때문에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올 여름 바로 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묘목을 나누며 화단에 자리 잡은 국화도 삽으로 푹푹 떠서 나눴습니다. 오늘 국회의원 선거일 입니다. 이제는 니편 내편 없이 제대로 일할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지난 주말에 사전 투표를 했기 때문에 투표소에 갈 일은 없고 집 단장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사람들이 와서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있는데 여섯 말은 들어갈 것 같네요. 페인트 칠하는 거 이거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가 않습니다. 수년 전 한 해는 인건비 아낀다고 직접 붓을 들었는데 페인트가 어찌나 튀는지 한 두 시간 만에 인디언 전사가 되어 결국 사람을 불렀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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