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문화 행사 또는 활동을 심층적으로 담는다. 교육과 문화는 지역의 잠재력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분야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 안에서의 수많은 교육·문화 활동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매번 신선하게 체감될 수 있도록 ‘교육·문화 포커스’ 코너를 마련했다. 매월 둘째 주, 셋째 주 교육·문화 현장에 한걸음 더 들어가 담아낸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어제와 오늘 단조로운 일상에서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고삶의 희로애락에 감동하고눈물도 흘리면서그 모든 것들을 글에 담아나의 빈 곳을 채우고 싶었다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하루글을 내 인생의 길동무로 삼아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토닥여 주며남은 삶을 외롭지 않게 함께할 수 있음에감사하는 마음이다-   시집 <섬돌>에 들어가는 말 지난해 가을 구연분(74) 시인이 처음으로 세상에 펴낸 시집 <섬돌>에 들어가는 말. 시인의 말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그의 삶의 집대성이 이 시집에 다 녹아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첫장을 넘기며 그 거대한 삶을 마주하자니 설레기도 했고 떨리기도 했다. 권혁재 시인은 <섬돌>을 평론하면서 구연분 시인을 언제나 위가 아닌 아래를 읽는 삶의 자세를 지닌 시인이라 표현했다. 즉 그만큼 겸손하고 낮은 편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의 숭고함을 동시에 깨닫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말대로 시집에는 사물과 흘러간 삶들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애틋함이 묻어나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시를 살피게 만든다. 잠시 시집을 덮고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 70 중반의 나이를 달리며 비로소 시를 짓고 삶 짓기를 완성한 그가 궁금하다. 누구든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지만 시인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지난 4월4일 함양읍 ‘오후공책’에서 구연분 시인을 만났다.시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이 지역에 이렇게 생활하고 살아온 사람도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 시인의 말처럼 <섬돌>은 지역에 살면서 느낀 자연, 분주한 일상, 지나온 기억, 사랑을 재료로 표현해 만든 시집이자 그의 자서전이라해도 무방하다. 거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은행 직장을 마치고 시집살이를 위해 오래전 함양으로 내려온 구 시인. 그 젊은날 낯선 곳에 발들인 이후 지나온 날들이 시집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젊은날의 서울살이 시절 영화, 연극 심지어 오폐라도 챙겨보며 문화생활을 즐겨왔다던 구 시인. 그러나 함양으로 내려오면서 당시 지역 여건상 그 모든 생활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제약이 없던 글쓰기 만큼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고 현재에 와서 시집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제가 원래 문학을 꿈꾸며 살아오진 않았어요. 서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가 이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시집살이 과정에서 속박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것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메모도 하고 일기장도 쓰고 그랬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은 내가 남한테 못하는 이야기도 다 쓸 수 있잖아요. 남편 욕도 할 수 있고 시어른한테 불만도 토로할 수 있는 것이죠. 한번은 남편이 그 일기장을 발견해서 싸우고 난리가 난적도 있었지만요(웃음)” 낯선 시집살이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부에 대한 한도 많았다는 구 시인. 너무 대학공부가 하고 싶어 30대에 방송통신대학에 들어가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아들을 업고 대학 생활을 했던 탓에 교수로부터 “집에 가서 애나 키우고 오지 말라”는 핍박도 받고 시어머니의 만류도 있어 공부를 접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었어요. 당시 오빠가 공부를 도와서 예비고사까지 보게 되었고 수도권 소재 교대에 합격도 했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갔어요. 이후 함양에서도 공부에 대한 한이 남아있었고 공부를 위해 경남 소재 방통대에도 들어갔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죠. 이제 나이가 들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공부는 접었고 글 쓰고 책을 보며 노후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한 획을 긋다시집 제목의 ‘섬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돌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구 시인은 삶에 있어 여러 아픔이 있더라도 딛고 올라가자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글쓰기를 통해 앞선 어려움들을 견뎌왔고 시간이 흘러 70대의 나이에 <섬돌>을 펴내면서 세월의 무게를 딛고 올라서게 됐다. 자신의 삶이 묻어난 시집을 내고자 하는 결심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다. “감히 내가 시를 정말 쓸 수 있을까,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권유와 응원으로 현재 시집을 내게 되었고 내 인생에 한 획을 한번 그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어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독자들이 보고 어떤 마음을 가질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끝으로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구 시인은 기회가 된다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써놓았던 수필을 몇 편의 시와 함께 담아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식구들하고 살면서 부딪혔던 그런 부분들을 수필 형태로 남겨 놓은 글들이 많아요. 그것을 시 몇 편과 함께 담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게 될지 안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찌 됐든 앞으로도 외롭지 않은 글쓰기는 계속해서 이어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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