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올 겨울은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고 눈도 제법 많이 내렸다. 그 덕분에 동해안에서 다시 산불이 날까 마음 졸이던 걱정은 덜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시기에 일어난 잦은 비와 눈, 따듯해지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기온의 변화는 우리에게 다른 국면을 과제로 던져주었다. 지자체마다 작년의 개화 시기, 기상청이 개화시기를 예측한 날로 축제를 잡았지만 보기 좋게 피해갔다. 대표적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는 벚꽃의 개화시기에 맞추려고 역대 가장 일찍 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시작 당일인 23일 벚꽃이 피지 않아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되고 말았다. 올해 초 기상예보에 따라 23일쯤 벚꽃이 필 걸로 예상돼 축제 개막일을 지난해보다 이틀 앞당겼는데, 결국 벚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만 것이다. 28일~30일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도 함양 상림의 벚꽃길, 백전면으로 들어가는 벚꽃길이 아주 예쁘고 아름답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대로 벚꽃이 피질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서시, 양귀비, 우희와 함께 4대 미녀로 손꼽히는 왕소군이 화공의 농간으로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가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오랑캐 땅에는 풀과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해야 할 시기인데도 쉽사리 두꺼운 옷을 장롱에 넣어둘 수 없다. 봄은 왔지만 꽃이 제대로 피질 않았으니 봄이 아닌 것이다. 작년 과수들이 꽃봉오리를 내밀었다가 느닷없는 추위에 얼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해서 과수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그 변화가 가져올 위협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스컴이나 교육을 통해 알려졌지만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아야 할 우리의 삶의 변화는 너무 더디다. 싹이 움트고 꽃이 피어나는 봄을 제대로 맞이하고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용기와 지혜,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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