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 주요현안을 논의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배제 당해왔다. 이미 기성세 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책이 정립되어 정작 미래세대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정책인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청년 패널들을 직접 모아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코너를 기획하여 매월 넷째 주에 보도한다. <편집자 주>   3월20일 오후 7시 주간함양 본사에서 열린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세 번째 모임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결혼, 출산’을 주제로 최학수(20대 후반 미혼), 유다빈(30대 초반 미혼), 김상민(20대 후반 미혼), 석가영(결혼5년차 딸 하나), 엄미현(결혼10년차 딸 넷), 박상언·김아라 부부(결혼 4년차 아들 하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회의에 앞서 주간함양은 함양군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미혼이라고 응답한 56명 중 ‘결혼이 어려울 것 같다’가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결혼 생각이 없다’ 16명, ‘결혼할 예정’이 12명 순으로 나타났다. 기혼이라고 응답한 43명 중 6명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라고 응답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이다.결혼은 타이밍이다엄미현 “개인적으로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남편과 매일 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결혼이 앞당겨 졌다. 결혼에 대한 장단점은 공존한다.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안정감 인 것 같다. 그리고 미혼일 때 생각하지 못한 삶의 목적이 분명하게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아직까지 결혼은 여자에게 조금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댁에서 가지고 있는 며느리에 대한 기대감과 전통적인 관습 등 조금은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졌다”▶ 최학수 “좋은 말씀 감사하다. 그러면 결혼을 한 기혼자로서 아직까지 미혼인 사람들에게 어떤 부분이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 것인지 설명해 줄 수 있겠나?”엄미현 “일단 연애 당시에는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결혼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생겨서다. 그렇기에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아 신속하게 결혼을 준비했다” 석가영 “저는 또래에 비해 결혼을 조금 일찍 한 편이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 막상 결혼을 하니 연애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였고 1년쯤 지났을 무렵 크고 작은 다툼도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았다. 특히 저는 보편적으로 여성들이 결혼하면 겪는 시댁과의 갈등이 전혀 없었다. 저희 시어머니 연세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음식 마련과 같은 일들을 시키시지 않는다. 또 앞서 엄미현씨가 결혼은 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느끼지 못했다. 아마 성향 차이인 것 같다. 또한 상견례 자리에서 양가 부모님을 모셔두고 결혼식에 대해 간소하게 진행할 것을 말씀드렸고 모두 동의했다. 허례허식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차라리 신혼여행에 많은 투자를 하여 유럽으로 한 달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김아라 “저는 제 인생에서 결혼은 항상 후순위였고 내 인생이 가장 중요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가장 늦게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혼을 일찍 하게 됐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면서 결혼을 염두 한 기억은 없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가 꿈꿔온 배우자는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염원했는데 지금의 남편이 가장 부합한다. 또한 양가가 엄청 잘 사는 집안도 아니고 둘 다 이뤄놓은 것이 크게 많지도 않았다. 그러나 남편과 지금은 진흙탕에 있어도 차근차근 정상을 향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박상언 “성향 자체가 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 사는 만큼만 살자 주의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남들처럼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결혼에 대한 로망도 크지 않았다. 그러니까 김아라씨와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제가 직업상 타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다. 원래 외로움을 잘 타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외로움이 몰려왔다. 그럴 때 마다 항상 옆에 누군가 든든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지금 옆에 있는 아내는 언제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다. 간혹 주위에서 결혼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석가영 “사랑은 타이밍이다. 저는 고향이 함양이긴 하지만 정말 들어오기 싫었다. 당시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첫 직장을 함양으로 잡으면서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 당시를 회상하면 모든 것이 다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마음이 하나라도 맞으면 결혼하라고 장려한다. 결혼은 따지기 시작하면 할 수 없다. 둘이서 살다보면 다 맞춰진다. 남편과 저는 성향이 정반대다. 취미도 다르고, 밥 먹는 것도 다르고 생활패턴도 틀리다. 다만 딱 하나 유머코드가 맞다. 그래서 그런지 살면서 괜스레 웃게 되는 일들이 자주 있다. 그러면서 정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저는 결혼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서 주위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최학수 “이제는 미혼자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겠다. 미혼자들은 최근 결혼 압박을 받은 적이 있는지?” 유다빈 “지금까지 결혼 압박을 받아본 경험은 없다. 집에서도 오히려 ‘결혼을 굳이 왜 하려고 해? 너 혼자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는 늘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 보인다. 반면에 주위 기혼자들 중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다. 물론 결혼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해보고 싶다. 욕심일 수 있지만 지금 하는 일도 잘하면서 결혼 생활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김상민 “불과 3일 전에도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함양 분들은 아시겠지만 함양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솔직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많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굳이 연애를 위해서 다른 지역을 가기도 그렇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조건 없이 사람을 만났지만 지금은 설렘만으로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열 가지 중에 하나만 맞지 않아도 망설이게 된다. 지금 나이가 결혼 적령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가올 연애가 내 마지막 연애가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신중해진다”출산 또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 최학수 “다음은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제가 알고 지내는 지인은 결혼까지는 추천하지 못하겠지만 만약 결혼을 했다면 아이는 꼭 낳으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유다빈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떤 분은 결혼하고 나서 아내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아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을 끝내고 귀가했을 때 아이가 맞아주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고 한다”▶ 최학수 “엄미현씨는 아이 네 명을 낳은 엄마로서 출산에 대한 생각이 따로 있는지. 혹은 출산을 추천하는지 궁금하다” 엄미현 “첫째를 낳을 때는 애만 낳으면 끝인 줄 알았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모르기도 했고 그렇게 힘든지 몰라 매일매일 눈물로 보냈다. 그렇지만 둘째는 달랐다. 그리고 첫째의 경험이 있어 생각보다 수월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 육아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물론 많은 다툼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남편의 육아 참여는 정말 필요하다. 또한 시부모님이 가까이 계시니까 언제든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필요하다. 출산 과정은 크게 힘겹지는 않았다. 첫째는 화장실에서 머리가 나왔고 셋째는 구급차에서 낳았다. 진통이 오면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출산을 했다”석가영 “동감한다. 저 또한 출산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고통스러운 진통 과정을 겪으며 겨우 아이를 낳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렵지 않았다. 다시 출산하라고 하면 또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육아는 정말 못하겠다. 또한 내용과 별개로 최근에는 SNS가 활발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까봐 우려스럽다. 반대로 환상을 가져 막상 현실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필요하다”유다빈 “친어머니가 쌍둥이라서 나중에 저 또한 쌍둥이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다. 제 밑으로 여덟 살 차이나는 동생이 있는데 제가 키우다시피 했다. 그렇기에 육아 및 출산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물론 제 아이가 아니기에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몸은 힘들지만 그 힘든 과정도 느껴보고 싶다” 김상민 “얼마 전 가깝게 지내왔던 결혼한 친구를 만났다. 20년 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 벽이 느껴졌다. 친구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상당한 책임감도 느껴졌고 사람 자체가 커보였다. 이와 관련해 새삼 저를 키운 어머니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다. 도대체 자식이 무엇이라고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결국 책임감인 것 같다. 저도 이러한 책임감을 경험하며 한 걸음 더 성장해보고 싶다”▶ 최학수 “함양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경험했던 어려움과 예상되는 어려움을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김상민 “교육과 의료인 것 같다. 교육은 교과목 교육이 아닌 문화적 교육이다. 함양은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그 자체다. 도시를 나가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많은 것을 쉽게 접한다. 또한 함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모두 진주로 간다고 들었다. 부모 입장에서 진주로 가는 시간이 정말 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석가영 “김상민씨가 잘 꼬집어 주었다. 임신하기 이전에는 출산을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다. 출산은 대게 하루면 끝나니까 제가 생각한 체감은 시험 전날 하루 밤샘하는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상상 이상이다”엄미현 “출산이 어떤 느낌이냐면 애와 함께 나의 모든 것이 빠져 나간다고 보면 된다. 어쩔 때는 내 애를 수유하고 있다가 그냥 굴려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출산 후 1년은 동물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고 보면 된다”김아라 “돌까지는 개인적으로 지낼만했다. 물론 잠을 자지 못하고 수유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아이가 그렇게 울음이 많지 않아 괜찮았다. 그런데 돌을 기점으로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아이 울음으로 고생한 친구는 극단적으로 아이와 함께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이 모든 것이 종료되지 않을까라는 무서운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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