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가 많이 다쳤습니다. 수고양이 수리(네 살)가 최근에 나타난 검은 길고양이랑 대판 싸워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두 세 살 쯤 되어보였고 흰 장화를 신고 왔습니다. 우리 집에서 밥 먹는 냥이가 세 마리 있지만 멋쟁이 고양이 한 마리 더 모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 지 수리와 검은 고양이는 마주치기만 하면 싸웠습니다. 보름 전에도 대판 싸워 수리는 이마가 찍히고 주둥이가 찢어져 피를 뚝뚝 흘렸습니다. 다행히 동불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거의 아물었는데 이번에 더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번에는 발톱에 찍혔고 이번에는 가슴과 어깨를 이빨에 물린 것 같습니다. 서로 엉겨 물고 뒹군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물면 흔들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상처가 깊을 수 있습니다. 다치고 와서 겨우 겨우 걷고 몹시 힘들어합니다. 밥도 거의 못 먹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보이지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수리 못지않게 많이 다쳤을 겁니다.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게도 치료를 도와줄 수가 없네요. 수리를 동물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니 날카롭게 반응하며 아예 만지지도 못하게 합니다. 할 수없이 상처 난 곳 사진을 찍어 수의사에게 보여주고 약만 처방받아왔습니다. 데려가서 주사도 맞히면 회복이 빠를 텐데 안타깝습니다. 배부른 거세 냥이가 싸울 일이 뭐 있겠냐 싶지만 그렇지 않네요. 영역싸움 아니면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밥그릇 싸움도 만만찮습니다. 아니 밥 그릇 싸움이 영역다툼보다 더 치열한 것 같습니다. 안 싸워도 농부집사가 밥을 넉넉히 줄 텐데 죽기 살기로 싸우는 고양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요즘 의대 입학 증원 한다고 전공의들이 단체로 병원을 떠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해결책을 내 놓지 않으면 대학병원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겠다고 하니 볼모가 된 환자들은 조마조마 합니다. 정부의 무책임한 의사 증원 정책으로 국민 건강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의사가 많아지면 국민 건강이 왜 위협을 받게 되는 지 이해가 안 되지만 의대 입학 증원을 백지화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크게 불편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건 불편해지는 게 아니고 죽고 사는 일이지요. 이빨을 박고 흔드는 거랑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께 끝난 TV 사극 고려 거란전쟁 잘 봤습니다. 귀주 들판에서 고려와 거란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끝나고 지친 고려 병사와 장수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배고파요~ 밥 주세요~ 그래~ 밥 묵자~” 고려시대에는 호족 세력이 대단했습니다. 왕권 못지않게 대단했었습니다. 제 밥 그릇 챙기는 호족 세력 때문에 하마터면 나라가 거란 침략자들에게 짓밟힐 뻔 했는데 요즘은 의사들이 신흥 호족 입니다. 도대체 의사들은 얼마다 버는 지 궁금해서 의사 연봉 검색해보니 억억 소리가 납니다. 고령화로 환자가 늘어나면 연봉이 더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못된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하니 화가 날만도 하겠네요.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품위는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처럼 싸우는 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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