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부자가 됩니다. 귀농 20년 만입니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올봄에는 상당한 부자가 될 듯합니다. 장미 한 송이의 경제적 가치를 일금 천원으로 본다면 다가오는 오월에는 대략 수억 원 어치로 환산되는 장미가 정원에 필 것입니다. 이 많은 장미를 어버이날에 절화로 판매하여 현금화 할 것은 물론 아니고 가까운 이웃과 그리고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 같이 보고 즐기는데 사용할 것입니다. 이미 다가온 봄기운에 장미 가지마다 빨간 눈을 빼곰빼곰 뜬 것을 보며 순금처럼 빛나는 봄날에 수천만 원 어치의 장미를 한나절에 과소비하며 앞마당에서 지인들과 어울릴 생각에 미소를 짓습니다. 물론 평소 과장이 심한 내가 이렇게 금전으로 환산한 수치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기분 상으론 그렇다는 말입니다. 백목련 한 송이의 경제적 가치를 보수적으로 단돈 백원으로 환산해봅니다. 이 백목련은 벌어지기 전에 수확하여 목련 꽃차를 만들면 경제적 가치가 더 커지기는 하겠지요. 앞마당에는 이십년 키운 백목련이 매면 오월이면 만 송이 정도의 꽃을 피워줍니다. 정원에 있는 벚나무, 명자나무, 금목서, 국화 등등 꽃나무들은 평범한 산골 농부를 한 순간 재벌로 만들어줍니다. 모처럼 맑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기운에 들떠 호미 들고 텃밭에 가니 냉이가 제법 보여 저녁에는 맛있는 냉이된장국을 먹을 수 있겠습니다. 지난 2월은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었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비가 온 날짜를 꼽아보니 무려 보름이 넘습니다. 2월뿐만이 아니고 지난 12월 1월 내내 비가 잦았습니다. 곶감을 주업으로 하는 농부를 결코 재벌로 만들 수 없는 사악한 겨울이었습니다. 아무리 덕장 시설이 현대화 되어있어도 날씨가 이렇게 도와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날씨만 도와주면 15동 고품질 곶감을 만들 수 있지만 지난겨울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10동 이상은 어렵습니다. 마당 한 켠에 가득 쌓아놓았던 벽난로용 장작이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사나흘 더 때면 동이 나겠네요. 땔감에 맞춰서 겨울도 물러가면 좋겠지만 며칠 후 꽃샘추위가 올 거라 합니다. 사악한 날씨가 벽난로 장작이 소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해 조금 아껴 때려고 합니다. 장미 가지에 빨간 눈이 보이면 전지를 해줘야합니다. 적어도 가지의 1/3정도는 잘라줘야 더 많은 가지를 내고 풍성하게 꽃을 피웁니다. 다만 꽃샘추위가 지나고 난 뒤 전지를 해줘야합니다. 전지 후 꽃샘추위가 오면 냉해를 입어 정원에 장미나무가 아무리 많아도 그 해에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얼른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아내는 지난 주 선룸에서 꽃씨를 파종했습니다. 차이브, 타임 같은 허브 몇 가지가 싹이 올라왔는데 웃자라고 있습니다. 어차피 마당에서 키울 것들인데 서둘러 파종을 한 것 같습니다. 마당에서 어린 싹이 적응하려면 겹벚꽃 필 무렵은 되어야 합니다. 너무 늦어도 안 되지만 너무 빨라도 안 되는 게 꽃입니다. 차이브와 타임 같은 허브는 장미 아래 심어두면 병충해를 막아줍니다. 결과 더 많은 장미가 필 수 있게 도와주고 산골 농부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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