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나 되면 온 세상이 하나 된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새봄처럼, 아침처럼, 처음처럼 항상 새로이 시작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고 다시 새봄입니다. ‘새봄! 새 출발! 입학을 환영합니다.’ 펼침막이 우리 학교 정문 게시대에 걸렸습니다. 2024년 3월 4일, 선비정신 이어가는 함양중학교는 훌륭한 옛 주인을 이어서 새로운 배움의 주인이 된 새내기 84명이 교정에 섰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환영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함양중학교 제78회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학교의 새 주인이 된 강○○ 외 83명 새내기 여러분들의 입학을 환영하며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 되고 그렇게 불립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달라진 점은 어린이날은 5월 5일이고 학생의 날은 11월 3일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과 말과 행동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부모님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심지어 반말투로 어리광을 부려왔다면, 오늘부터 아버지 어머니란 호칭과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래야만 부모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서 본받게 되며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는 1933년 이래로 천령 옛터전 다볕골 배움터 언덕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함양 땅에서도 햇볕이 가장 잘 들어 따뜻하고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뒤로는 백두대간 백암산 큰 바위 맑은 정기가 이곳으로 모이고, 앞으로는 민족의 영산 두류산 천왕봉이 우뚝 솟아서 여러분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들은 훌륭한 선생님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운동장을 가진 아름다운 교정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배우며 푸른 꿈을 가꾸어 가게 될 것입니다. 입학에 즈음하여 여러분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꼭 하나는 자신이 남다르게 잘할 수 있으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 장점을 잘 살려 가면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이 함양중학교 재학 3년 동안 여러분들의 큰 숙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머리에는 새로움과 슬기로움이, 마음은 밝고 넓으며, 행동은 바르고 당당한 청소년이 됩시다. 선비의 얼을 품고 그 정신을 이어 가는 함양중학교의 전통과 역사를 잘 배우고 가꾸어 나갑시다. 84명 신입생 새내기 여러분들은 천세 만세 이어질 다볕골 함양중학교의 빛이요 희망입니다” 돌이켜보면, 1969년 3월 왼쪽 가슴에 노란 손수건을 달고 처음 학교 위성초등학교 입학식 하던 날, ‘국기에 대하여 경례’라는 선생님의 구령 소리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태극기를 향해 머리 숙여 인사 했던 철부지가 지금의 저 입니다. 1975년 3월 진눈깨비 흩날리는 함양중학교 운동장 입학식 날, ‘눈을 들어 앞을 보라. 늠름한 두류산 천왕봉 영봉의 기상을 느껴라. 뒤를 보라. 흰 바위산 큰 바위 얼굴이 여러분들을 보우하고 있다. 두류산 천왕봉과 백암산 큰 바위 정기를 타고난 함양중학 건아들이여, 열심히 공부하고 체력을 길러라. 그리하면 장차 세상을 이끌어갈 동량지재가 될 것이다.’ 격려 말씀이 지금도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1978년 3월 청운의 꿈을 안고 부모님과 함께 자리했던 거창고등학교 작은 강당 입학식 날, ‘학부모님, 오늘 우리 학교에 입학한 댁의 자녀에 대한 기대가 클 것입니다. 일류 대학 들어가서 좋은 직장 얻고 결혼 잘하여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다 같을 겁니다. 그러나 학교장으로서 일류 대학 보내드리겠다는 약속도 책임도 못집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서 왜·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복된 삶인가를 깨닫는 사람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학교장의 말씀에 오실 때의 기대보다 더 큰 실망으로 돌아서셨던 부모님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1981년 3월 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배달학자 큰 스승 짐계 어른을 만났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직업이 있다. 그중에 사람을 키우는 일보다 고귀하고 보람된 일은 흔치 않다. 훌륭한 국어 교사는 아니더라도 죄를 짓는 국어 교사는 되지 말아야 한다.’라며 학생들의 국어 선생으로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신념의 싹을 심어주셨던 그 분의 말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새봄 새 출발을 알리는 삼월의 첫날, 함양중학교 새내기 84명을 맞이하는 기쁨과 함께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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