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축구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곶감 주문이 많아 택배 포장하느라 바쁘고 고단하지만 이번 아시안 게임 축구는 너무 재밌어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별 리그에서 우승 후보 일본이 이라크에 지는 이변이 일어났었고, 우승 후보 한국이 조별 리그를 1승 2무 조 2위의 저조한 성적으로 16강에 올라간 것도 기대 밖의 결과였습니다. 한국은 실력으로 충분히 조1위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저조한 성적에 많은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토너먼트 16강전을 앞두고 있으니 두고 볼일입니다. 축구는 이제부터입니다. 잠시 뒤에 사우디와 16강전을 하게 되는데 물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아꼈던 힘과 기술을 토너먼트 전에서 아낌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부턴 지면 끝이니 무조건 이겨야합니다. 일본을 이기고 올라온 이라크와 한국과 비겼던 요르단과의 16강전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제 토너먼트가 시작되었지만 결승전까지 가도 이보다 더 재밌는 경기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박진감이 넘치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가 어찌나 재밌던지 골이 들어갈 때마다 펄쩍 뛰고 박수를 쳤더니 아내가 웃으며 “당신은 누구 응원하는 거야?” 하고 묻습니다. 그런데 이라크의 골잡이 후세인이 역전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장면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 골 넣은 선수가 세레머니를 좀 길게 한다고 누적 경고를 받아 퇴장까지 당하다니 심판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규정이 있어 내린 판정이겠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이라크 팀에게 너무 가혹했습니다. 한 명이 빠지자 요르단이 사기가 올라 분위기는 급반전되었고 급기야 추가 시간 끝나기 직전 2분 만에 두 골을 몰아쳐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이제는 선수들이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할 때 많이 자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손흥민도 골을 넣고 나서 사진을 너무 많이 찍지 말고 한 두 컷만 찰칵해야 할 것입니다. 불필요한 잔디 먹방은 절대 금물입니다. 조별 리그에서 한국 말레이시아 경기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문득 50여 년 전 라디오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축구 경기를 가슴 졸이며 들었던 정말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킹스컵, 메르데카배 등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기를 많이 했었지요.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스포츠는 많이 성장했고 객관적인 경기력도 말레이시아에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 중반에는 어이없게도 한국이 역전까지 당하며 끌려갔습니다. 한국이 다시 3:2로 역전하고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극적으로 동점골을 터졌습니다. 그래서 이 경기는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되었습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는 말레이시아 선수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순간 클린스만 감독도 미소를 지었다고 논란이 되고 있지요. 축구 때문에 졸음을 참고 있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벽난로에서 황금고구마를 굽고 있습니다. 장작불에 구운 고구마는 승리만큼 달콤하지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