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도시철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도 그 혜택을 누리는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의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젊은 세대의 불만도 많아 세대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경로 정책으로 65세인 ‘노인’의 나이와 함께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거론조차 꺼리는 탓에 개혁이 요원한 난제이기도 하다.얼마 전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가 이 제도의 폐지를 당의 주요 정책으로 발표하면서 공중파 방송에서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3선 의원 출신인 80대의 대한노인회 회장과 재기발랄한 40세 이 대표가 무임승차제도 폐지를 주제로 설전을 벌인 것인데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인 폄하 발언을 사과하러 온 야당의 여성 비대위원장을 앞에 두고 그 여성의 사진 속의 뺨을 때리며 꾸짖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진 김 회장님은 어차피 운행하는 열차인데 그것 좀 탄다고 적자의 책임을 노인들에게 돌려서야 되겠는가? 그 지하철도 우리가 만든 것이고 잘사는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들을 유공자로 대우는 못하더라도 너무 야박하지 않으냐고 강변했고 젊어도 노련한 이 대표는 상대 노인의 심기를 살피면서도 또박또박 문제점을 지적하며 신당의 정책을 홍보하고는 “너도 늙어보아라”라는 회장님의 카운터 펀치를 맞아주는 거로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지었는데 이 토론이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하는 것을 보면 이 대표가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기는 한 것 같다. 서울시민은 65세가 되면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가 지급되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펼쳐진 도시철도를 편하게 무한정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서울시민이 아닌 노인도 카드 발급기를 찾아서 신분증과 함께 보증금 500원을 내고 또 반환받는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림의 떡이다. 버스를 탈 때마다 꼬박꼬박 요금을 내온 지방의 노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역차별을 당하고 있었던 것인데 폐지를 주장하는 이 대표의 정치적 노림수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여 젊은 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인지 혹은 서울과 지방의 노인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인지는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민감한 화두를 선점하고 쟁점화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연간 팔천억 원에 이른다는 무임승차에 드는 재원을 전국의 모든 노인에게 12만 원씩 나누어 주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쓰도록 하자는 신당의 정책은 그동안 적지 않은 혜택을 누려온 수도권 노인들이야 크게 반발하겠지만 어찌 보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이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 처지에서는 솔직히 솔깃한 제안인데 서울노인회장도 아닌 대한노인회장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1981년에 노인의 나이가 65세로 정해졌고 노인의 무임승차는 1984년 시행된 제도다. 지난 40년 동안 수명이 얼마나 늘었고 도시철도망은 얼마나 확장되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한다는 분이 이런 논의 자체를 패륜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인이 동의할지, 과연 노인들에게 이로운 일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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