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십 여 년 전 농산물 홍보하려고 만든 건데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올렸던 글들은 제법 많네요. 모두 계륵입니다. 판매하려고 하는 곶감에 콘텐츠를 집중했어야 했는데 양복입고 주방 앞치마 두르고 밀짚모자 쓴 것 같습니다. 최근 수년간은 고양이 이야기를 많이 올렸습니다. 작년에는 베이킹에 재미를 붙여 홈베이킹 레시피도 다수 올렸고 장미 사진도 많이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지인이 맛집 이야기 올리면 조회 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맛집도 여러 번 포스팅 했습니다. 식당 간판 사진, 요리 사진, 메뉴판 사진까지 열심히 찍어 포스팅을 했더니 확실히 검색 순위가 올라가고 조회수가 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원하는 곶감 홍보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입니다. 특히 고양이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고양이 사진과 글은 모두 지웠습니다. 어린 길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다 키우면서 재미로 글을 올렸는데 곶감 판매에는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역효과도 있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 이야기 쫌 그만 올리세요”하고 정색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제 고양이 이야기는 그만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수리는 이제야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예사로운 고양이가 아닙니다. 수리는 사람의 혀를 짧게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나에게는 전혀 안 통하지만 아내는 거의 넘어갑니다. “오구오구 그래 배 고팟쪄~ 어여 어여 머거~” 아내는 수리만 보면 혀짤배기가 됩니다. 그리고 오페라 마법도 부립니다. 이 마법 역시 나에게는 안 통하는데 아내는 거의 넘어갑니다. “수우~리이~~ 수우~리이~” 아내는 수리를 수리라 부르지 않고 오페라 가수가 레치타티보 하듯 리듬을 넣고 노래하듯 부릅니다. 아내는 수리가 갸르릉거리며 자신에게 마법 거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냥 수리만 보면 맛있는 간식이 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고 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수리는 모델 마법도 부리는데 한 때 내가 많이 넘어갔습니다. 내가 아침 정원에 핀 꽃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졸졸 따라다니며 꽃 앞에서 포즈를 취합니다. 재능 있는 모델처럼 포즈를 어찌나 잘 잡는지 찰칵찰칵 안 찍어줄 수가 없습니다. 아 모든 것이 수리가 부리는 마법 때문이라는 자각도 없이 사진 찍고 글도 쓰다 보니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라는 에세이집까지 내었답니다. 에세이집에는 수리가 원격마법으로 나를 조종해서 쓴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습니다. “내 이름은 수리, 작위는 냥작이다. 냥작은 갸르릉 테라피를 직업으로 하고 집사를 거느리는...” 블로그는 이제 곶감이라는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시작한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집니다. 인스타에 올렸던 고양이 사진은 모두 지우고 곶감 관련된 사진으로만 채웠습니다. 고양이 사진을 지우고 나니 고양이가 객관적으로 보이네요. 한 때 수리를 귀감 홍보대사로 임명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마법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 마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될 수 있는 대로 눈을 마주치지 말고 갸르릉 거리는 소리에 귀를 막아야합니다. 고양이 마법은 정말 강력합니다. 걸리면 약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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