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햇곶감이 나왔는지요? 지난 해 맛있게 먹고 다시 주문하려고합니다” 해마다 이맘 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곶감을 연중 판매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곶감을 겨울 이맘때만 먹는 계절 식품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보관이 어려웠기 때문에 겨울 한철 먹는 간식거리가 맞았지만 지금은 저장 시설이 좋아 연중 맛난 곶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빵빵한 냉동창고에 보관되는 곶감은 달이 갈수록 숙성이 되어 맛이 점점 더 고급지게 되고 1년 또는 2년 까지 숙성된 곶감은 맛있다는 말보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됩니다. 다음은 지난 주 연말 햇곶감을 출시하자마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올라온 후기입니다. “실속 형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 째,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매진이라 서둘러야 할 듯합니다. 맛과 품질은 최고 중 최고입니다” 나는 곶감을 연중 판매하는데 햇곶감을 출시하자마자 매진이라니 마치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지인을 시켜 올린 사쿠라 후기처럼 보여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음은 오늘 네이버 스토어 고객문의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입니다. “고종시 실속형 햇곶감 3개째 구매하고 아직 남아 있지만 혹시 햇곶감 품절될 수도 있나요? 품절되기 전에 미리 재 구매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미리 재구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곶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데 저희가 냉동 창고에서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보니 12월초부터 햇곶감을 기다렸던 고객입니다. 질문을 보는 순간 ‘혹시 모르니 사재기를 좀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고 권유하고 싶은 교활한 생각이 잠시 들었음을 고백합니다. 다음은 위에 언급된 햇곶감 품절 걱정했던 고객이 첫 구매하고 올린 후기입니다. “꺼내면서 바로 먹어보고 감탄♡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곶감 먹었네요^^ 또 주문 넣을게요!” 이렇듯 햇곶감이 유일한 곶감이라고 믿는 신도가 있는 반면 떡 분이 난 묵은 곶감을 찬미하는 성도도 있습니다. 햇곶감이 신약이면 묵은 곶감은 구약인 것입니다. 지난 달 엄청 추웠던 어느 날 성남에 사시는 구교 자매 성도님이 지리산 오지마을 귀감 덕장을 순례 오셨습니다. 곶감 작업 중 손님이 오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택배로 받으시라고 했지만 비건 요리에 사용할 특별한 곶감을 찾고 있다며 꼭 직접 보고 구입해야 된다고 해서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무주 쪽에 눈이 많이 내려서 오는 길이 많이 지체되었답니다. 비건 요리에 설탕 대용으로 대추야자를 넣고 있는데 대추야자는 당도가 80브릭스로 너무 달고 부담스러워 50브릭스 정도 되는 곶감을 찾다가 귀감 덕장까지 오셨답니다. 잠시 덕장을 구경하고 떡 분이 난 대봉 흑곶감을 맛보여 드렸더니 55브릭스 정도 되겠다며 5박스를 일단 사가지고 가셨습니다. 잘 익은 대봉 곶감을 1년 정도 숙성시키면 당도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고객이 감으로 말한 수치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궁금해서 이참에 당도 측정기를 하나 구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비파괴로 측정하는 제품은 너무 비싸 그냥 믿기로 했습니다. 지금 지리산은 하얀 눈모자를 쓰고 있고 햇곶감에도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갑진 청룡의 해를 맞아 햇곶감에 대한 믿음과 묵은 곶감에 대한 찬미가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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