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야 잘 있었어. 어구 이쁜 녀석. 구수한 발!”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루니는 사람이 아니고 반려견이다. 주인공 민수는 언제나 칼퇴근을 한다.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3초 전, 2초 전, 1초 전, 땡! 하고는 회사문을 박차고 쌩하게 달려와 마치 동생에게나 하듯이 루니를 안아주고 쓰다듬고 밥을 챙겨준다. 그러다 결혼을 앞두고 루니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사촌형 진국과 함께 제주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점입가경의 이야기! 느닷없이 늘어나는 멍뭉이들의 등장에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되고... 갈수록 흥미진진하여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바로 유연석과 차태현이 주연하고 김주환 감독이 만든 ‘멍뭉이’라는 영화다. 얼마 전, 김해시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김해의 한 단체가 주관 주최하는 제2회 배리어프리 영화제 행사 사회자로 무대에 서게 되면서 볼 수 있었다. 맑고 깨끗하고 아기자기하며 재미까지 더해진 감동적인 내용이라 아직도 그 감흥이 생생하다. 영화라면 요즘 관객 동원 천만을 넘어 뜨거운 불꽃처럼 핫한 ‘서울의 봄’을 얘기하는 게 더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일반 영화와는 좀 달리 특별하기에.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배리어프리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들었던 라디오 드라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내용과 상황을 잘 알 수 있도록 세밀하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배리어프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배리어프리라는 말을 들었거나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배리어프리란 무엇인가? 초청강사는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잘 살자’는 뜻이라고 했고 자료를 조사해 보니, 배리어프리는 1974년 유엔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 생긴 개념이다. 건물이나 주거환경에서 층을 없애는 등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물리적인 장애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최근에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문화생활 부분의 영화 및 방송 그리고 교통 부분에서 확실한 발전을 보인다. 문화생활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과 넷플릭스 자막 지원 및 음악 정보 지원을 하거나 방송 중에 수어통역을 하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작년 12월 기준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가 제작한 국내 배리어프리영화는 59편이라고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서 ‘우리들’, ‘아이캔 스피크’, ‘감쪽같은 그녀’, ‘볼링블링’ 등이 대표작이다. 또한 2011년부터 해마다 배리어프리영화제도 열려 점차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영화뿐만 아니라 배리어프리 뮤지컬도 만들어지고 있다. 배리어프리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일정 인원이 모여 극장 외의 장소에서 관람하는 공동체상영 신청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교통 부분에서는 교통약자석 만들기, 저상버스 운영하기,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장애인 주차구역 만들기, 장애인 콜택시 운영하기, 장애인 맞춤형 운전교육 등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2층 열차를 폐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제도나 법률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장애인을 배려하는 부분이 많아졌지만 완전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앞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도 많이 알려지고 의식의 변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더 나아가 일반인과 일반인 사이에서도 벽을 허물고 모두가 잘사는 진정한 배리어프리의 실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갑진년 새해, 푸른 용의 해 새해에는 그 발음처럼 값진 배리어프리의 튼튼한 중심의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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