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6년이라는 시간을 한국아동복지협회장으로 또 어쩌다 보니 그 중 4년이라는 시간을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라는 21개 직능의 상임대표를 겸하게 됐다. 분에 넘치는 자리를 맡아서 아동복지 분야뿐만 아니라 복지계 전반의 일을 경험하다 보니 성민보육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지 못했던 세계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56만 여명의 종사자와 1300만 여명의 클라이언트라는 거대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가 항상 우리나라 정치의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 내부의 문제였다는 것을 제 20대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여러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알 수 있었다. 답은 상호 존중과 배려 그리고 양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은 맞다. 협회란 이익 집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 각 협회의 장들은 각 협회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아전인수식 행보 때문에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었다는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입으로는 타협과 존중과 배려를 이야기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복지계 상호간의 신뢰가 무너져 버리는 일들이 다반사였기에 정치와 행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이용만 당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두 번 속으면 피해자지만 세 번부터는 공범이라는 말이 있듯이 복지현실의 암담함은 지금까지로 족하다. 내려놓을 때가 되니 길이 보이는 이 우둔함도 공범의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제일 빠른 때이고 그 때를 놓치고 나면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새기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자기 직능의 문제도 시급하겠지만 전체가 합의된 현안에 대해서 상호존중과 배려 그리고 양보만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4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어 오던 일들의 각 직능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공든 탑이 무너져 가는 것 같은 현실 앞에서 참담함이 느껴진다. 또 다시 4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4.10총선까지 앞으로 남은 70여일의 시간을 사회복지계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복지미래의 명암이 달라지리라고 본다. 우리나라 사회 복지계 전체에 after you하는 마음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우리의 문제가 현장에 답이 있음을 증명하는 우문현답의 문구에 어울리는 정책들이 속속 수립되고 실행되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서울에서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던 중에 한 외국인이 이 추위에 세 개나 되는 짐을 들고 있길래 after you하면서 탑승 순서를 양보했더니 너무 감사해 하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에 별 것도 아닌 일에 스스로에게 흐뭇한 감정이 들었다. 사실 좀 춥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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