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인간이 창조하거나 발견한 가치를 두루 공유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인류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행위입니다. 또한 정보화 사회에서 독서 능력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일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힘이며 자산입니다. 독서교육은 교과 활동과 교과 외의 활동을 총망라한 학습자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는 좋은 책을 만들고, 학부모는 독서 여건을 조성하며, 가르치는 교사는 학생들이 책에서 보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독서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함양중학교는 평소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기르고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에 가을이 깊어 가는 지난 10월 20일(금) 오후부터 이튿날 21일(토) 아침까지 교내 도서관에서 밤새워 책 읽기 별빛 독서캠프를 진행했습니다. 학교장으로서 별빛 독서캠프에 참여한 함양중학 건아들에게 격려사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책밤! 별밤! 꿈밤! 별빛 독서캠프에 참여한 우리 함양중학교 건아들 반갑습니다. 21세기 오늘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한 것과 같은 낭만적인 표어가 아니라 생존의 양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고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 세대는 대충 살아도 틈이 많아서 운이 좋으면 남만큼은 살 수가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살아갈 시대는 훨씬 투명해져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만 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세상은 나에 대해 전부를 알고 있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나를 나답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독서라고 봅니다. 즉, 독서를 통한 문해력과 창의력이 요즘 사회의 가장 확실한 경쟁력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일이 쉽고 재미만 있으면 어느 누가 책을 읽지 않겠습니까? 거기에다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책 이외에 흥미를 느낄만한 것들이 곳곳에 널렸습니다. 그렇지만 자고이래로 보람과 가치 있는 일은 한결같이 어렵고 하기 싫은 일 가운데 있습니다. 오늘 하룻밤 책을 읽는다고 당장 세상이 확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밤샘 독서캠프를 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독서란 어렵게 밤을 새워 읽어야 할 만큼이나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깨우침을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꿈 많은 학창 시절 선생님·선후배들과 함께 밤을 새워 책을 읽은 멋진 추억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밤하늘의 별빛을 배경 삼아 독서로 밤을 지새웠다는 가슴 벅찬 뿌듯한 마음으로 내일 아침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합시다” 사서교사의 재치가 돋보이는 ‘책밤! 별밤! 꿈밤!’이라는 캠프의 이름처럼 밤샘 독서와 함께 별을 관측하는 활동을 주축으로 요즘 청소년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지정 도서로 하여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서산 노을이 물들 무렵 독서캠프의 시작을 알렸고, 교내 밴드부의 ‘별 보러 가자’ 축하 공연 노래는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구비된 ‘아몬드’ 책을 미리 완독하고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활동지 작성, 보드게임, 책 광고 만들기, 무드 등 만들기, 영화 관람을 통해 깊이 있고 확장된 독후 활동을 경험했습니다. 여기에 천체망원경으로 바라본 밤하늘의 풍광은 황홀했습니다. 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움푹움푹 파인 분화구가 넓게 펼쳐진 달, 거대한 얼음 고리가 반짝 빛나는 토성, 위풍당당 네 개의 선명한 위성을 가진 목성, 기타 여러 별자리 관측으로 우주의 신비로움을 경험했습니다. 덤으로 별 하나에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를 떠올리며 깊어 가는 가을밤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다닐 때 책을 가장 많이 읽었습니다. 좋은 책 읽기를 안내하며 권했던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것은 복이고 행운이었습니다. 학급과 도서관에 비치된 만화와 전래동화, 위인전, 어린이 세계 명작을 비롯해서 심지어 백과사전까지 그 당시 거의 다 읽었습니다. 고전 신유복전, 박씨전, 홍길동전을 읽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밥상 물린 후, 선조모께 소설책의 줄거리를 이야기로 들려드리곤 했습니다. 깁고 덧보탠 영웅 이야기를 신나게 얘기하는 맏손자가 대견했는지, 보상으로 장롱 속 사탕을 받아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젊은이에게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내려오는 눈꺼풀을 끝까지 참으며 찬란한 아침 해를 맞이하는 스물다섯 함양중학 건아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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