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수확하는 스케치부터 감을 깎아 덕장에서 매다는 풍경을 마지막으로 ‘극한직업’ 촬영을 마치고 이름과 나이를 묻길래 나는 유진국이고 돼지띠니까 우리 나이로 몇살이지 아마? 하고 대답했습니다. 나이를 자꾸 먹다보니 숫자가 헷갈렸지만 이건 쉬운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나에게 곶감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화가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가 교향곡을 작곡하듯, 나는 감을 말리고 곶감을 만듭니다”라고 대답해야하는데, 뭐라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횡설수설하고 버벅댔습니다. “대표님~ 여기 카메라 똑바로 보고 말씀해주세요~”라며 수능 논술같은 문제를 던지니 당황하고 긴장한 농부가 동문서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친절한 피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네 그러시군요 하는 표정을 지어주었습니다. 삶의 화두같은 질문은 언제나 이렇게 불쑥 다가오고 알고 있는 정답을 적어내는 경우는 유감스럽지만 별로 없습니다. 시간이 되어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면 앗차~ 하고 정답이 생각나는 이것이 인생인 듯합니다. 곶감 철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 방송 촬영을 했는데 지난주에는 라이브 방송 경연대회에 참가하느라 또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농진청에서 주관한 정보화농업인 경연대회였는데 라이브 커머스 부문에 아들과 경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 대표로 출전하였습니다. 9개도 정보화농업인 대표들이 자신의 농산물을 가지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라이브 방송 경연을 벌여 1,2,3등을 뽑았는데 아쉽게도 등수에 들지는 못했습니다. 평소 아들과 나는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1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계정에는 진행에 도움되는 재밌는 숏영상도 여러개 준비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연 하루 전날 라이브 경연을 본인의 계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농진청 유튜브에서 한다는 연락을 받고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본인의 SNS 계정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쇼호스트 능력을 본다는 것입니다. 급히 방송용 손 피켓을 만들고 진행 멘트도 새로 준비했지만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15분 경연 중 1분만 들어도 저 사람은 타고난 방송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출난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홈쇼핑에서 스카우트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 모두의 기대대로 1등을 하였고 2등은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설명한 제주 대표에게 돌아갔습니다. 언변이 뛰어나거나 진심을 담아 설명한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나머지도 모두 열심히 했고 심사평도 좋았기에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보였습니다. 아들과 나는 비록 등수에 들지는 못했지만 멋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쇼 호스트처럼(보다) 잘 한 1등은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진심을 담아 자신의 농산물을 설명한 2등은 충분히 따라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촬영과 경연 두 이벤트가 끝나고 이제 다시 곶감 만들기 본업에 들어갑니다. 진심을 담은 설명은 못했지만 진심을 담아 귀감을 만드는 건 내가 잘 하는 일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