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갈대꽃 부풀어 바람을 타는 햇살 좋은 날, 개울 물소리 맑아 하늘 구름을 담아 흘러가는 계절이다. 마을 어귀를 돌아 학돌 옆 우물 샘이 있는 집으로 간다. 길가 논바닥에 잘린 벼 밑동에서 타작 냄새가 길게 난다. 산 그림자 길어지고 마구간에 불이 켜지면 가을 일손이 더 바빠지는 하루다. 이런 날에는 가을 무채 나물과 된장 풀린 진한 시래깃국에 반질반질 윤기나는 햇 쌀밥 먹고 싶다. 작가의 글에서 “반질반질 윤기나는 햇 쌀밥”이 눈에 들어온다. 우린 언제부터 쌀밥을 마음껏 먹었을까? 쌀밥의 시대가 열리고 굶주림 해결 1등 공신은 ‘통일벼’이다. 우리나라는 쌀이 부족하여 1970년대 중반까지 쌀을 수입했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전 국민이 노력한 결과 농림어업과 경·중공업, 1인당 GNP 등 각 분야별 실적이 계획보다 더 급성장했다. 그러나 식량 자급률이 낮아 수출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곡물 수입에 써야 했다. 이에 정부는 부족한 식량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경제발전이 어렵다고 진단하고 농업 분야의 식량 자급자족, 특히 쌀 생산 증대에 초 집중을 하게 되는데 이때 탄생한 벼가 ‘통일벼’이다. 통일벼는 서울대학교 벼 육종 전문가 허문회 교수가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 IRRI)에서 만들어 낸 품종이다.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쌀 생산량의 급속한 증대)보다 앞서 IRRI에서 벼 품종을 개발하여 동남아시아 일대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로 동남아 일대 거의 모든 나라의 쌀 소출은 헥타르당 3톤을 넘기지 못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때 미국의 비첼 박사가 국제미작연구소에서 IR8(IRRI에서 여덟 번째로 만들어 낸 벼 품종이라는 표기)을 만들어 헥타르당 6톤 이상의 쌀을 생산하여 ‘벼의 혁명아’라는 별명을 얻고 196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에서 녹색혁명을 일으켜 굶주림을 해소 시켰다. IR8의 어미는 인도네시아 페타(peta) 품종이며 아비는 대만 재래종 띠자오우찌엔이다. IR8은 열대 인디카 계통의 품종으로 추운 우리나라의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아 국내에 보급되지 않았다. 허문회 교수는 키가 작아서 쓰러지지 않고, 이삭은 커서 수량이 많고, 내냉성이 강하고, 비료를 많이 주어도 잘 견디고, 도열병에 강한 벼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하여 품종 개발 설계를 하였다. 통일벼의 품종 개발과정은 삼원교잡으로 만들어졌다. 대만의 인디카 형 품종인 키 작은 TN1(타이쭝짜이라이 1호)의 꽃가루를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 지역에 적합한 품종으로 냉해에 강하고 병에도 강한 자포니카 계통의 극 조생종인 ‘유카라(Yukara)’의 암술에 붙인다. 일본의 유카라는 어미이고 대만의 TN1은 아비이다. 여기에서 얻은 종자의 꽃가루를 인디카 계열의 IR8의 암술에 다시 교배시켜 얻은 종자가 ‘통일벼(IR667)’이다. 이 IR667(국제미작연구소에서 667번째로 개발한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녹색혁명을 일으켰다. 1968년 352만 톤의 쌀 생산량이 1975년 518만 톤으로 증대되었다. 이를 계기로 1976년부터 더 이상 쌀을 수입하지 않게 되었다. 통일벼 보급 이후에 ‘유신벼’, ‘밀양 23호’ 등 새로운 품종 개발은 계속되었지만 밥맛의 문제로 통일벼는 점차 사라졌고 현재는 자포니카 형의 밥맛 좋은 품종의 벼가 재배되고 있다.   통일벼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첫째로 전 국민이 1년 내내 쌀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둘째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거의 두 배로 증대되어 농가 소득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 셋째로 국내 벼 육종 전문가 양성에 기여를 했으며 아울러 세계 최고의 육종 기술도 보유하게 되었다. 넷째로 식량 자급률 100%를 달성하여 식량주권을 찾았으며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에 주린 배 움켜잡고 고비를 넘기던 어려웠던 시기에 통일벼 품종 개발과 종자보급, 농촌지도소 영농기술 지도사와 벼를 길러내신 농업인에 이르기까지 녹색혁명(쌀 생산량의 급속한 증대)의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과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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